크리스티, 소더비와 함께 세계 3대 옥션으로 통하는 경매회사 필립스(Phillops)가 한국에 상륙한다.
필립스는 한국 첫 프리뷰(경매 전 전시)를 오는 26~28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다음 달 26일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열릴 ‘20세기 및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 이브닝 세일’에 오를 출품작 중 주요작품 17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필립스는 뉴욕과 홍콩에 거점을 두고 정기 경매를 진행한다.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고미술을 포함해 미술 전반을 다루는 데 반해 필립스는 시계·가구·보석 등 디자인에 강하며 도자기·고미술 등은 다루지 않는 대신 동시대 현대미술에 강한 것으로 정평 나 있다. 필립스의 이번 첫 한국 프리뷰는 본격적인 아시아시장 공략으로 해석된다. 경매시장은 보통 뉴욕과 런던이 양대 산맥을 이루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미술이 경매를 중심으로 급성장하자 서양 경매회사들은 홍콩을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경매 회사의 타 지역 진출의 과정은 흔히 현지 프리뷰를 통해 고객 관심을 타진한 후 지역 사무소를 개설하고, 그런 다음 시장 반응에 따라 경매를 직접 진행하거나 지점을 열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경우 크리스티가 사무소를 두고 홍콩 경매는 물론 뉴욕·런던 경매들과 한국 미술계를 연결하고 있으며, 소더비는 과거 한국사무소를 운영하다 철수한 바 있다. 필립스 측은 내년에 용산구 한남동에 한국사무소를 정식으로 열 계획이다.
이번 경매 프리뷰에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동양의 수묵 산수화를 작가 특유의 망점 기법으로 그린 ‘Landscape with Poet(Study)’이 추정가 450만~650만 홍콩달러(약 6억5,000만~9억4,000만원)에 선보인다. 광고, 영화 등 대중문화 속 이미지를 소재로 한 리히텐슈타인의 독특한 시도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말보로맨’에서 차용한 카우보이, 간호사 이미지를 즐겨 작업하는 리차드 프린스의 대표작 ‘Nurse Kathy’가 3,100만~4,100만 홍콩달러(약 45억~59억원)에 나와 이번 경매 최고 낙찰가를 기대하게 한다. 검붉은 색을 배경으로 선 간호사를 다소 괴기스런 표정을 짓고 있으며 작가 특유의 글귀가 화면 뒤에 적혀 있다.
이 외에도 조지 바셀리츠, 조지 콘도, 세실리 브라운 등 서양 전후 현대미술의 주요 작품이 고르게 출품됐다.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요시토모 나라는 물론 세계적 디지털아트 그룹으로 성장한 팀랩(TeamLab)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모노하 이론을 통해 일본 현대미술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우환, ‘단색화’의 대표 작가 정상화,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작품도 출품됐고 한국적 추상표현주의로 손꼽히는 화가 오수환의 작품도 비중있게 선보인다. 디자인 작품으로는 의자계의 명품인 핀율의 의자, 한국 도예가 박영숙의 백자항아리가 출품된다.
필립스 한국사무소 측은 “홍콩에서 미술경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지난해라, 아시아 진출은 이제 시작기”라며 “경매시장의 매출액 비중이 큰 중국 고미술을 다루지는 않지만 아시아 컬렉터들도 서양미술, 추상미술 등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점에 착안해 아시아미술 뿐 아니라 서양미술과 디자인 등 글로벌 아트트렌드를 균형있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차별화를 위해 그간 서울 도심의 호텔에서 경매 프리뷰가 열린 것과 달리 ‘아트테인먼트’를 표방해 2,700여점의 미술품이 자리잡고 있는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을 전시장으로 택했다. 이후 프리뷰는 다음달 4~5일 싱가포르, 18~19일 타이페이, 23~26일 홍콩으로 건너가 경매로 이어진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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