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췌장에서 처음으로 인슐린을 추출해 당뇨병 환자 치료에 사용했던 프레더릭 밴팅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생일을 세계 당뇨병의 날로 제정,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당뇨병 관리와 예방’의 중요성을 환자와 일반대중에게 교육하고 있다.
당뇨병은 과거 성인병으로 불렸으나 최근에는 생활습관병으로 불리고 있다. 운동 부족, 비만,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등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병이 발생하고 관리·치료에서도 식사·운동 같은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 장기간에 걸쳐 굳어진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누군가는 잘못된 것을 모르기도 하고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당뇨병 관리 교육은 환자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며 그 자체가 약물 같은 훌륭한 치료 수단이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당뇨병 약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저혈당이나 체중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들을 손쉽게 사용하게 된 것은 분명 치료에 있어 혁신적인 발전이다.
그러나 더 좋은 약제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됐음에도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조절되는 비율은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조절률의 3분의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집계된 혈당조절률은 지난 2007~2010년 29.5%에서 2013~2014년 23.3%로 오히려 떨어졌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주된 원인은 당뇨병을 앓은 기간(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인슐린 분비가 줄어 혈당조절이 어려워지는 당뇨병 자체의 특성, 합병증 관리 개선으로 당뇨병 환자의 생존기간과 유병기간이 함께 늘어난 데 있다. 이 같은 당뇨병 병태생리를 논외로 한다면 최근 혈당조절 악화는 당뇨병 환자에 대한 적절한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진료실에서 당뇨병 관리는 약물치료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당뇨병을 왜 관리해야 하고 운동·식사요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교육해 관리 동기를 고취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할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酬價)제도에 의사의 교육행위에 대한 보상체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의사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교육에 시간을 투자하겠는가.
지난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중 암 환자에 대한 교육상담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급여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교육건수가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등 정책에 대한 호응은 미미했다. 제시된 교육상담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고 교육수가도 비현실적으로 낮아 환자나 의료진의 동기를 유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다. 만성질환 교육상담에 대한 급여화도 예고돼 있다. 교육비 급여화 정책은 당뇨병 환자관리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그러나 암환자 교육에서처럼 현장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다면 교육비 급여화 정책은 쓸모없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것이다. 교육상담에 대한 급여화로 당뇨병 관리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교육 프로토콜과 실제 교육을 담당할 유능한 의료진 양성이 전제돼야 한다. 교육의 가치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당뇨병에 대해 올바로 알고 나 자신의 생활습관을 개선해 간다면 당뇨병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이 당뇨병 관리의 핵심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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