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2021년 1월20일 만료)에 맞춰 오는2021년까지 미국에 공장 건설 및 투자와 에너지 수입 등 구매에 총 748억달러(82조원)를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투자 173억달러(19조원), 구매 575억달러(63조원)다. 우리 기업들은 특히 통상 압박 속에 태양광전지·세탁기 등에 예고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미 정부에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사절단에 포함된 백악관 주요인사를 초청해 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는 한편 미 정부에 통상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미국을 대표해 에버렛 아이젠스탯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 등이, 우리 측에서는 삼성전자·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등 10여개사가 참석했다.
우리 기업은 선물 보따리부터 풀었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투자에 173억달러(42개사), 구매에 575억달러(에너지 수입 24개사 228억달러 포함)를 쓴다고 공개했다. 이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때 발표한 총 352억달러(투자 128억달러, 구매 224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트럼프 방한 일정에 맞춰 기업들이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장 건설과 관련해 세제 등 투자 인센티브를 요청했고 구매와 관련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증가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부품장비 수입이 늘어났음을 (미국 측에) 잘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은 양국 간 무역역조 현상이 개선되고 있다며 무난한 통상 현안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전 품목 등에 세이프가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잘 봐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연말까지 품목별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세이프가드 권고 보고서를 트럼프에 제출하기로 돼 있어 이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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