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의 성공은 모바일쇼핑 혁명의 막강한 위력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결제 비중이 90%에 달할 만큼 모바일쇼핑이 대중화되고 사흘이면 배송이 마무리되는 유통혁신이 지구촌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다. 알리바바가 패션 인공지능(AI)이나 증강현실(AR) 같은 신기술을 동원하고 통합형 매장 등 다양한 유통실험을 선보인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이제 광군제는 단순한 이벤트 차원을 넘어 소비시장이나 기술혁신의 풍속도까지 바꿔놓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1원 단위까지 가능한 전자결제 시스템은 누구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300만명이 동원될 택배시장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는 광군제에서 한국산 제품의 판매순위가 5위에 올랐다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갖춘 우리가 언제까지 중국의 모바일혁명을 지켜만 봐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한국에서는 유통업체가 영업일부터 판매품목까지 일일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은 시대착오적인 은산분리에 가로막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인들이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혁신성장을 주창하며 서비스 분야의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이 만들어져 남의 잔치를 더 이상 부러워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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