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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간 R&D열기 식는데 성장동력 발굴되겠나

한국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예전과 같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글로벌 무대에서 500대 R&D 기업에 속하는 업체 수는 중국이 3개에서 54개로 늘어난 반면 한국은 16개에서 12개로 줄었다. 그나마 순위가 오른 곳은 삼성전자 등 5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이다. 미국·중국 등이 마이크로소프트·알리바바 같은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들을 상위권에 포진시킨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10대 기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액은 1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통계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

R&D 열기가 식는 일차적인 원인은 실적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에 있다. 생명과학과 인공지능(AI)같이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분야는 외면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곳에 집중하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당장 써먹을 수 없으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연구자들의 하소연도 있다. 기업이 나서지 못하면 정부나 정치권이 밀어줘야 하건만 현실은 정반대다.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 투자 의욕은 꺾이고 혁신성장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도 수년째 국회에서 발이 묶였다. R&D 투자액은 세계 정상인데 4차 산업혁명 준비는 형편없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R&D는 어떤 무역장벽도 무력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올 9월까지 대중 수출이 13%나 늘어난 것은 대기업들이 반도체·중화학과 같은 중간재 분야에서 오랜 기간 R&D를 통해 확고한 기술 우위를 점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R&D 확대를 통해 남들이 넘보지 못하는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대기업 R&D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정부 세법개정안이 재고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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