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낙하산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행장 후보에 외부인사를 포함할지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벌써 외부인사 포함설이 돌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일주일 전 정부가 관치 비판을 의식해 임추위 구성에서 예금보험공사 인사를 배제했는데도 그렇다. 금융당국의 ‘관치 본능’에 대한 은행권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도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아 실망감이 큰 게 사실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9월 취임식에서 “금융사를 윽박지르는 시대는 끝났다”며 자율규제를 강조했다. 직원들에게는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금융권과 눈을 맞추고 교감하라”는 주문도 했다. 그러나 두 달이 흐른 지금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행태는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모아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겠다”며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제는 최 금감원장이 간담회에서 은행들에 고배당 자제를 경고했다고 한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과 은행 건전성을 걱정하는 발언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 그렇더라도 가산금리든, 배당이든 은행의 영업·경영전략에서 보면 가격개입이요, 경영간섭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시시콜콜 관리 감독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라”고 질책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래서는 선진금융·금융혁신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금융회사 CEO가 고독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없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것인가. 이제라도 정부는 관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약속대로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에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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