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와 CGV를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고발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CJ그룹 계열사인 이들 기업이 정부 기조에 맞지 않는 영화를 제작·상영하자 우 전 수석이 권한을 남용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주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주 전 행정관은 2014년 공정위가 영화 배급·상영 시간 등에서 계열사에 특혜를 준다는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된 CGV에 대해서만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의견을 내고 제작·배급사인 CJ E&M은 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우 전 수석이 신영선 당시 공정위 사무처장을 청와대로 불렀다고 증언했다.
주 전 행정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불공정거래에 관한 두 업체의 공범 관계가 성립되는지를 물었고 신 전 처장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증인 신문에서 주 전 행정관에게 “우 전 수석이 면담에서 ‘머리를 잘 쓰면 엮을 수 있다고 했다’는 발언을 했느냐”고 물었고 주 전 행정관은 “공범 관계로 고발해보라는 취지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맞다”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주 전 행정관은 또 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 지시’라면서 K스포츠클럽 점검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K스포츠클럽은 최순실씨가 관여해 이권을 챙기려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업이다. 우 전 수석은 민간이 운영하는 이 사업에 대해 부당한 감사를 한 혐의를 받는다. 주 전 행정관은 우 전 수석이 전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에 대해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1차 점검을 했으나 결과가 미흡해 민정에서 한 번 더 챙겨봐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전 행정관은 이후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등의 향후 개선 방향을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고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과 특별감찰반도 함께 현장 점검에 나가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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