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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그들만의 회계장부' <상>사찰재정]400억~500억 추산 문화재관람료, 정부통제도 사용처 공개도 안돼

징수적절성 판단 위해서도

정확한 수입·지출 밝혀야

종단 "매일, 매달 종단에 보고"

절반만 해당사찰서 사용





전남 구례에서 지리산 성삼재를 향해 차량을 몰면 도로 옆 매표소가 눈에 들어온다. 차량을 세우면 사찰 직원이 다가와 국립공원 탐방객에게 입장료를 징수한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지난 2007년 폐지됐지만 이 지역에 자리한 천은사는 도로가 경내지를 통과한다는 이유로 운전자와 동승인에게 이른바 통행세를 받고 있다. 이곳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등산객과 입장료 관련 말싸움이 벌어진다. 2013년 대법원에서 도로를 막고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천은사 측이 여전히 요금을 징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등 행정력을 동원해도 천은사 측에서 아랑곳하지 않아 대다수 등산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통행세를 내는 실정이다.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해서 등산객과 사찰 간의 소모적 갈등이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해결 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불교계 안팎에서는 사찰들이 문화재 관람료의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화재 관람료 수입과 지출이 공개되면 사찰마다 임의로 책정한 문화재 관람료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찰의 경내지가 국립공원으로 편입돼 재산권 행사 등을 침해받은 점을 감안해 적절한 보상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찰들이 징수한 문화재 관람료의 총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2005년 국립공원 유료 입장객 수(1,924만명)와 입장료 수입(271억원)을 근거로 현재 입장객 수(4,400만명)를 대입하면 사찰들이 대략 400억~500억원의 수입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금액에 대한 추정은 개략적이나마 가능하지만 사용처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일부 금액이 사찰 노후 보수비로 사용되고 나머지 자금은 사찰 운영비와 불교 교육사업에 사용된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사찰들이 등산객과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사찰들은 경내지가 국립공원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공원지구에서 해제하든지 아니면 정부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야 탐방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 범어사의 경우 사찰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한 대신 부산시로부터 매년 3억원가량의 금액을 보전받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만큼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한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확한 수입과 사용처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입과 사용처가 공개되면 문화재 관람료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고 사찰이 주장하는 국립공원 편입에 따른 피해보상에 대해서도 국민적 논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사찰들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는 준조세 성격인데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으며 사용처에 대한 보고도 전혀 없다”며 “사찰들의 문화재 관람료 재정 공개가 소모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단은 “각 사찰의 문화재관람료는 매일, 매달 종단에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문화재관람료 수입의 12%는 종단 분담금으로, 5%는 종단 교육기관 특별회계로 편입되며, 30%는 예치하여 종단의 승인을 거쳐 주요 목적사업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53%만 해당사찰에서 사용한다고 밝혔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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