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28일 코인당 1만달러(약 1,077만원)를 돌파하고 국내 하루 거래액이 조 단위에 이르지만 이렇다 할 안전장치가 없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투기 현상을 지적했으며 금융위원회는 12월 중 가상화폐 거래업을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하고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ICO)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 찬성 측은 가상화폐 투기 과열 양상이 이미 사회·경제적 파장의 임계점을 넘어선 만큼 가상화폐의 안전성 과신이나 화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는 환상 등 그릇된 정보 확산을 막고 투자 안전장치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ICO 등의 규제가 국내 블록체인 기술을 가로막고 결국 블록체인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은 며칠 전 개당 1,000만원을 찍었고 향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상화폐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사업 아이디어가 범람하고 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ICO)’라는 펀딩 방법을 선택한다. 가상화폐 시장의 열풍에 편승해 이들 ICO는 펀딩에 쉽게 성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장에 일확천금을 꿈꾸는 투기꾼과 일반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눈먼 투기 자금을 노리는 사기 행각과 폰지 사기 등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코인은 적어도 30여개국에서 문제가 되고 적어도 10여개국에서 경고문을 낼 정도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눈먼 투기를 노린 사기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자 세계 각국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ICO에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고 공표했다. 스위스는 별다른 규제가 없을 것임을 발표했으며 캐나다는 ICO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중국을 따라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는 다소 과격한 규제를 발표했다. 이는 눈먼 칼잡이식이다.
설혹 시장에 몇몇 사기꾼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ICO는 합리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규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문제점이 다수 있음을 파악하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ICO를 통해 탄생한 가상화폐가 많이 있다. 예컨대 라이트코인·마스터코인·리플 등이다. 지난 2015년 당시 겨우 19세였던 비탈리크 부테린이라는 청년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튜링 불완전’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 하고 ‘튜링 완전성’을 제공하는 블록체인을 만들고자 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온전히 가상화폐 거래만을 위해 만들어져 프로그래밍 전문 언어로 튜링 완전성이 떨어지고 한정된 기능만을 구현할 수 있다. 부테린은 ‘블록체인2.0’ 기치를 내걸고 ICO로 이더리움을 탄생시켰다. 이더리움 블록체인(2.0)이 혁신적인 것은 비트코인 블록체인(1.0)에서는 거의 불가능했던 스마트 계약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이로 인해 가능해졌다. 사실상 ICO라는 블록체인 산업 고유의 펀딩 형태가 아니었다면 결코 19세 청년의 주장에 펀딩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스마트 계약이 가능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형태의 블록체인으로 진화하지 못했거나 설혹 진화했다고 하더라도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또 매슈 그린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익명성을 제공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익명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제로코인 프로토콜’이라는 것을 제안했다. 그 후 그는 실제로 ICO를 통해 제로코인과 지캐시 등을 탄생시켰고 그의 이름이 가상화폐에 붙게 됐다. 그린 교수로 인해 가상화폐 기술이 한 단계 더 진보한 것이다 .
그린 교수처럼 필자 역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또 다른 문제점인 일상성을 해결하는 코인을 설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3.0 기술과 가상화폐 거래소2.0 개념을 설계하고 이를 특허 출원했다. 이 외에 일상성을 강력하게 해줄 관련 특허를 추가로 확보하는 와중에 ‘모든 형태의 ICO 금지’라는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정부 당국자에게 ICO를 허용할 것을 요청한다. 그것은 필자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ICO를 추진하는 모든 사람이 범죄자나 사기꾼은 아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을 국가적으로 적극 지원하지 못할 망정 금지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