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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내린 유동성 잔치… 경제체질 바꾸라는 신호다

한국은행이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기나긴 유동성 파티를 끝내고 글로벌 통화 긴축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물론 이번 인상만으로 초저금리 상황에서 곧바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화정책 방향이 인상 쪽이어서 긴축 시대의 막이 올랐다고 봐야 한다.

이번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그 배경은 복합적이다. 물가가 다소 낮지만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는 인상의 명분이 된다. 하지만 탄탄한 회복세로 과열을 걱정할 정도가 돼서 긴축으로 선회한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가격 급등 같은 장기 저금리의 부작용이 더 확산하기 전에 제어할 필요성이 커졌던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역전 현상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는 점도 이번 금리 인상의 배경이기도 하다.

통화 긴축으로의 선회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어서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가계와 기업·금융권 등 각 경제 주체와 부문에 전방위 파급 효과를 낳는다. 금리 인상이 가계 빚 증가 속도를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려 경기 둔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자 부담이 늘면 민간소비와 기업투자에 부정적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으로도 이자 부담은 한 해 5조원이 늘어난다. 한계기업은 이자 폭탄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한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빚에 의존하는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동시에 유동성의 힘에 가려 허약해진 경제체질을 보강하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정부는 앞으로 통화정책 지원사격 없이 나 홀로 경기 조절력을 입증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 등 각 경제 주체가 긴축의 고통을 비상한 각오로 헤쳐나가야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치르는 내년도 우리 경제 환경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금리 인상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고 경기회복의 불씨를 이어갈 거시정책 운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은은 긴축의 속도를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정부는 과속 일변도인 소득주도 성장을 현실 여건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구호뿐인 혁신성장을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과 파격적인 규제혁파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긴축의 고통이 다가오는 이제야말로 ‘J노믹스(문재인 경제정책)’는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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