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가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영화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중국의 ‘사드 리스크’를 피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남방정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최근 인도네시아 내 투자배급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수도인 자카르타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단순 상영관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를 인도네시아에 소개하고 영화 제작 등에도 직접 투자하는 등 인도네시아 영화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세부적인 상황은 아직 계약이 진행되는 단계라 확정된 것이 없다”며 “영화관은 물론 투자배급 부문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은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지난해 5%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3,900달러 정도로 베트남(2,300달러)보다 많다. 반면 영화 산업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우리의 5배에 달하지만 전체 극장 스크린 수는 1,300개 정도로 우리(2,820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영화관은 앞으로 1만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음식과 음악·드라마 등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여건은 어느 때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그룹에서는 이번 롯데시네마의 인도네시아 진출로 인한 기존 계열사와의 높은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한·인니 동반자협의회’ 경제계 의장직을 맡은 신 회장이 인도네시아 진출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리아·롯데면세점 등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살림그룹과 합작해 ‘인도롯데’를 세워 전자상거래 사업에도 진출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조 단위 규모의 신규 나프타분해시설(NCC)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해외 사업을 진행할 때 대개 호텔과 백화점·마트·음식점·영화관 등이 함께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중국의 선양과 칭다오, 베트남의 에코스마트시티 등이 그 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롯데그룹의 사업 기반을 완성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평소에도 브라질과 인도를 제외한 베트남·러시아·인니·중국(VRICs)을 신시장으로 꼽아왔다”며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가 주요한 공략 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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