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의 호소는 근로시간 단축을 코앞에 둔 산업현장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부담이나 생산성 저하도 문제이지만 입법이 지체될 경우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행정명령을 폐기해서라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고 내년 초로 예정된 대법원의 판결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은 당파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기업들로서는 속이 타 들어갈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다. 여야는 지난달 기업 규모에 따라 3단계로 도입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노동계의 압력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양대 노총은 주 52시간제를 전면 시행하고 휴일근로는 중복 할증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휴일근로에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은 평일에 하고 임금이 1.5배 할증되는 휴일근무는 유지하는 꼼수를 동원한 것도 이런 맹점을 노린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 결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 완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는 응답이 56.3%에 달했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자신들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할 뿐 생산성 향상이나 경쟁력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인력 충원보다 스마트공장 도입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노동계도 산업계의 현실에 맞춰 근로시간 문제를 양보하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한국 제조업의 추락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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