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전산업은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원전 종주국인 영국에도 한국형 원전의 깃발을 꽂게 됐다. 50년이 채 안 되는 역사임에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기술력과 인력,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밸류체인(value chain)’을 갖춘 마지막 국가라는 장점 탓에 우리 원전이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①佛·日 제치고 美 인증 3단계 통과한 기술력
한국형 원전(APR-1400)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각국의 3세대 원전 중에서 발전비용과 운전유지비 등에서도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0 발전업 사업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의 발전비용은 1kwh당 3.1센트다. 중국(3.2센트), 러시아(4.35센트), 일본(4.97센트), 프랑스(5.64센트) 등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쌌다. 노형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탓에 운전 유지비도 1kwh당 0.97센트로 중국(0.78센트)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술력도 프랑스와 일본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APR-1400은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심사 3단계를 통과했다. 미국에서 자국을 제외하고 이 인증을 받게 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유럽 안전기준에 맞춰 개량한 EU-APR도 10월 유럽사업자(EUR) 인증을 통과해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의 발판이 됐다.
황주호 경희대 부총장은 “최근 설계코드, 냉각재 펌프, 계측제어 계통까지 모두 국산화했고 특히 사고시 동력 없이도 안전계통이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파워’라는 첨단기술도 자체 개발했다”고 말했다.
②세계 최고 인력의 탁월한 문제해결능력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원전을 가장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는 우수 인력도 갖췄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UAE 바라카 원전이다. 바라카 원전은 지난 2012년 5월 착공에 들어갔다. 올해 5월 1호기 완공을 목표로 하던 일정이 소폭 미뤄졌지만 내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후 1년 단위로 2·3·4호기도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전 세계 원전업계가 바라카 원전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2기의 원전을 미국 내에 짓고 있지만 공기가 지연되면서 결국 3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프랑스 아레바도 핀란드 원전 건설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원전사업을 국영 전력회사 EDF에 매각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UAE가 지금껏 바라카 원전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10월 IAEA 회의에서 이를 공개한 것은 그만큼 성공적인 프로젝트였고 이를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특히 UAE 측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쳤을 때 이를 풀어내는 문제 해결 능력이 최고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③‘밸류체인’ 갖춘 마지막 자유진영 원전 수출 가능국
안보 관점에서도 장점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에서 사실상 원전 건설의 ‘벨류체인’을 온전히 갖춘 마지막 국가다. 원전 종주국인 영국은 1990년대 후분 원전산업을 포기했고 미국도 원전건설이 난항을 겪으면서 건설·자재 부문의 공급망이 끊어졌다. 프랑스와 일본은 해외에 원전을 지을 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 원전업계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영국이 한국형 원전을 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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