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국회 논의를 지켜보던 중소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눈앞에 닥쳐온 경영환경 변화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영세 중소기업은 지금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별다른 인력수급 대책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령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더라도 최소한 공장은 돌릴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간절한 호소다. 고용여건이 열악한 일부 업종에 한해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2015년 노사정 합의문에 담겼던 내용이자 세계 각국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도금이나 금형 등 인력난에 시달리는 뿌리 산업이 휘청인다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합의를 뒤집고 행정명령까지 폐기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중소기업들은 새 정부가 친중소기업 정책을 펼 것이라며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랬던 기업인들이 못 참겠다며 들고 일어난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당정청이 대통령의 호통이 떨어진 뒤에야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도 한가롭게 들린다. 여권이 진정 산업계의 애로를 해소하겠다면 자중지란에 빠진 여당의 입장부터 명확하게 정리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기업인들은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근로자보다 90%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을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중소기업의 절규를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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