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의 소방대원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및 빅데이터를 이용해 재난상황 맞춤형 훈련을 할 것입니다. 오는 2021년까지 소방대원 교육훈련 과정에 이를 도입할 예정이며 맞춤형 훈련이 이뤄지면 소방관들이 재난상황에 더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조종묵(57·사진) 소방청장은 독립 소방청의 목표가 ‘소방역량 강화’라고 정리했다. 소방역량 대상은 소방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뿐만 아니라 장비와 시설을 합친 개념이다. 소방청은 과거 국민안전처 산하에 있었지만 새 정부 들어 독립된 ‘청’ 조직으로 거듭났다.
조 청장은 이제 소방관 개인의 의지와 능력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봤다. 소방안전 관련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국민 안전으로 이어지게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청장은 “우리나라 소방장비 생산업체들의 소방·구조장비 개발 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의 72.7% 수준이며 기술격차도 6.3년 뒤져 있다는 통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는 소방안전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미흡했다는 점과 기업들의 영세성이 함께 맞물려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방산업체는 7개 업종에 총 8,136개이며 14만9,000명의 종사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의 총 매출액이 13조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개 기업당 매출은 16억원에 불과하다. 국내 전체 법인의 평균매출 70억원의 23%에 머무는 수준이다. 이러한 영세업체들이 생산하는 소방장비가 지금까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청장은 소방청 독립과 함께 소방산업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그는 “올해 173억원 규모, 20개 과제를 선정해 소방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다”며 “내년에는 소방대원 훈련을 위한 플랫폼 구축 등 7개 신규과제에 39억원을 책정해 과학기반의 소방대응력 향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내년 ‘소방과학연구소’ 설치다. 현재 중앙소방학교 산하 소방과학연구실을 ‘소방과학연구소’로 확대 개편한다는 목표다. 먼저 기존 1실 12명 조직을 3실, 46명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AR·VR를 활용한 소방훈련도 이런 소방과학연구소의 역할 범위 안에 있다. 아직도 국내에 전문 소방연구소가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조 청장은 “직제를 늘리는 것이 기대만큼 쉽지 않다”며 “여러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소방산업은 새로운 도약대가 될 수 있다.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청장은 “내용 연수가 지난 소방차량을 개발도상국에 무상지원하고 소방방재 시스템을 보급하는 등의 노력으로 한국 소방산업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 소방산업체의 해외시장 개척단과 해외전시회 참여 등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소방산업은 국민안전과 함께 소방관 개인의 안전도 지켜줄 수 있다. 소방청은 앞으로 5년간 주력 소방차와 개인보호장비 노후율을 0%로 낮추는 반면 보유율은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지난 9월 발생한 강릉 석란정 화재사건을 비롯해 최근 10년 동안 소방활동 중에 순직자는 56명으로 연간 5.6명을 기록하고 공상자는 339명에 이른다.
소방역량 강화와 관련해 조 청장이 최근 주력하는 이슈는 소방관 인력 증원이다. 소방청은 현재 4만5,000명인 소방인력을 2022년까지 2만명이 더해진 6만5,000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전체 공무원 증원 논란과 엮어지면서 반드시 필요한 소방인력 증원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는 게 조 청장의 설명이다.
조 청장은 “소방인력 증원은 철저하게 현장 인력 중심으로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장대원은 1만7,174명을 증원한다. 이럴 경우 규정된 현장출동 인력 100%를 확보하게 된다. 이와 함께 소방특별조사요원 1,434명, 안전교육요원으로 681명, 구급 안전교육요원, 구급대가 없는 95개 농어촌 지역대 해소에 711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조 청장은 “소방 인력이 보충되면 전국 200만개소 소방안전대상물에 대해 5년 단위로 정기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면서 “해마다 40만개소를 점검하면 현재 7% 안팎에 불과한 정기점검 비율을 20%로 끌어올리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사고는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다만 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여러 가지 규제가 필요하다. 안전시설 확충에는 추가 비용이 들고 또 일반인의 행동이 제약받을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는 점이다. 조 청장은 앞서 9월 ‘제55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 및 119 비전 선포식’에서 “안전보다는 성장에 치중했던 시대 상황 속에서 크고 작은 사고와 재난으로 큰 슬픔을 겪었던 과거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이 우리 소방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조 청장은 소방안전에 대한 확고한 견해를 피력했다. “경제적인 논리로만 본다면 건축물 소방관리가 규제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 안전을 규제가 아닌 규범으로 인식하도록 제도개선 등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인천 낚싯배 전복사고를 포함해 모든 사고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다.
조 청장은 지난 7월 독립기관이 된 소방청의 초대 청장이다. 1990년 소방간부호보생 6기로 입직한 뒤 일선 현장과 정책부서를 두루 거쳤다. 경북 의성소방서장과 국민안전처 특수재난지원담당관·중앙119구조본부장·소방조정관, 소방청 차장을 지냈다. 초대 청장으로 내부 승진하면서 다시 한 번 능력을 확인시켰다.
그는 인터뷰 때도 정장 차림이 아닌 주황색 근무복을 입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비상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이렇게 근무복을 입고 있는 게 편하다”게 그의 설명이다. 조 청장은 “소방청 내 모든 부서를 비롯해 다른 부처와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늘 소통하면서 안전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초대 소방청장으로서의 역할을 정리했다. /정리=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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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충남 공주 △공주대 부속고등학교 △충남대 영문학과 학사, 충북대 행정학 박사 △1990년 소방간부후보생 6기 임용 △경북소방본부 방호구조과장·의성소방서장 △소방방재청 정보화담당관 △국민안전처 특수재난지원담당관·중앙119구조본부장·소방조정관 △소방청 차장 △2017년 8월 소방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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