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재편이라는 거창한 목표에 비해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미사여구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도 든다. 주력산업의 성장 활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투자 프로젝트의 조기이행을 지원한다는 것은 원론에 불과하다. 전기·자율주행차, 에너지 신산업,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선도 프로젝트 육성방안도 과거와 엇비슷하다. 산업혁신으로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는 막연하기만 하다.
정부는 산업정책의 재설계를 통해 산업과 일자리·소득으로 이어지는 성장의 톱니바퀴를 재가동하겠다고 했다. 일자리와 소득은 저절로 늘어나는가. 신산업 육성에 아무리 발 벗고 나선들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규제프리존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신산업 육성 운운하는 것부터 난센스다. 새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에 꿰맞춘 탓에 우리 제조업이 직면한 위기의식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한중 간 생산성 격차를 언급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어디 자동차뿐이겠는가.
구호와 같은 거대담론은 규제의 벽과 정치논리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본다면 한가한 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산업진흥과 육성의 주무부처라면 요란한 구호와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기보다 산업계의 목소리라도 제대로 대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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