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좋아진다는데도 유독 국내 CEO들만 미래를 어둡게 본다는 것은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몸을 움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은 대체로 현상유지 기조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데 반해 중소기업의 절반은 긴축경영에 매달리고 있다. 혁신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에 지원을 몰아주겠다는 정책 방향이 현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배경으로 과도한 기업 규제나 투자심리 위축을 꼽은 이들이 많았던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중소기업의 42.7%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서 고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여기에 환율이나 통상압력 등 대외변수까지 겹치다 보니 사면초가라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의 최대 걸림돌은 경영 불확실성이다. 최저임금부터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등 숱한 난제가 쌓여 있는 마당에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기업들조차 이제껏 내년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곳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정부가 아무리 경기 낙관론을 설파하고 다녀도 체감경기는 따로 놀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20일 재계와 간담회를 열어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한다. 모처럼 마련된 자리가 위축된 기업인의 기를 살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기업과 정부가 한마음으로 뭉쳐 뛰어야 할 때다. 그래야만 투자도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