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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눈높이와 너무 다른 빈껍데기 종교인 과세

정부가 종교인 과세 범위를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21일 재차 입법 예고했다. 지난달 내놓은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특혜 시비가 불거진 데 따른 보완 조치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민 일반의 눈높이를 고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보완책은 공평 과세와는 거리가 멀다. 고작 종교활동비에 대한 신고의무 부여가 수정안의 전부다. 조세당국은 50년 만에 종교인 과세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양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

이번 개정안은 종교인 과세의 성역을 용인한 나쁜 선례를 남겼다. 종교인이 소속 단체로부터 정기적으로 받는 월급 형태의 ‘사례비’만 세금을 매기고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는 금품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조세정의와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난다. 현행 소득세 체계는 비과세 항목에 대해서는 일정 한도를 두고 있다. 종교활동비와 사례비의 결정권을 소속 종교단체에 부여한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극단적이기는 하나 사례비는 한 푼도 안 주고 종교활동비로 몰아준다면 종교인 과세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내년 1월로 시행이 임박했다는 핑계로 단 하루만 입법 예고한 것도 입법 절차상의 결함이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 관철을 위해 2015년 소득세법을 고칠 때부터 많은 것을 양보했다.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이나 기타소득세를 내더라도 근로장려세제(EITC) 수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유례가 없는 특혜다. 그런데도 당국이 또다시 조세원칙을 훼손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헌법이 규정한 납세의 의무를 종교탄압으로 몰고 가는 종교단체의 왜곡도 문제지만 이에 휘둘린 당국의 무소신은 더 개탄스럽다. 곧 연말정산 시즌이다. 종교인에게 ‘셀프 비과세’의 길을 터주면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유리지갑의 원성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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