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은 결과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서는 고위급 대표단 파견이라는 예상 밖의 소득을 올렸고 군사당국회담 개최는 합의를 확신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회담이 진행되는 도중 2년간 끊겨 있던 서해 군 통신선이 복원되는 깜짝쇼도 있었다. 이 정도면 기대했던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나타났다. 북측은 우리 측이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을 위해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핵 문제는 남북 대화의 주제가 아니라 미국과 협상할 사안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남북 대화의 지평을 핵까지 넓히려던 우리 정부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고위급회담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 이제 겨우 첫술을 떴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난관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지금은 북측이 분위기만 살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북제재 해제 같은 요구를 평창 청구서로 내밀 수 있다. 대화 분위기 조성을 핑계로 한미연합훈련을 걸고넘어질지도 모른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의 최종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적 달성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한편으로는 대화를, 다른 한편으로는 대북제재 공조를 공고히 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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