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우 최시원씨의 반려견 프렌치 불도그에 유명 음식점 대표가 물린 뒤 숨지는 사고가 발상했습니다. 최근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도 그의 반려견에 물린 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40대 여성에게 뒤늦은 고소를 당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애완견에 물린 사고는 2012년 560건에서 2016년 1,019건으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 대부분의 견주는 이렇게 대답을 하는데요. 이 같은 안전 불감증이 피해를 확신시킨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지난 18일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선 앞으로 공공장소에서 모든 반려견의 목줄을 2m 이내로 제한됩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엔 목줄을 착용시키지 않을 때와 동일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입니다. 다만 지자체장이 조례로 특정 장소에서는 규정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맹견의 범위도 3종에서 8종으로 확대했습니다. 도사,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마스티프, 라이카, 오브차카, 캉갈, 울프도그 등은 앞으로 외출할 때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거나 탈출 방지용 이동장치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키울 수가 없게 되고,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특수학교 등에는 아예 출입할 수가 없게 됩니다. 맹견 소유자가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한 경우엔 과태료가 현행 50만원 이하에서 최고 300만원 이하로 상향됩니다.
반려견의 범주에서 관리 대상견이라는 유형도 추가됐습니다. 관리 대상견은 맹견은 아니지만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이력이 있거나 바닥에서 어깨뼈까지의 높이(체고)가 40㎝ 이상인 개입니다. 엘리베이터, 복도 등 협소한 공간과 보행로 등에서는 입마개 착용이 의무입니다.
이 같은 안전관리 대책 시행의 핵심은 일명 ‘개파라치’ 제도입니다. 3월 22일일부터는 목줄 착용 등 견주가 지켜야 할 사항을 위반한 경우를 신고할 경우 과태료의 최대 20%를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됩니다.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하거나 사고가 날 경우 견주의 처벌도 대폭 강화됩니다.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에 이를 경우 견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망 사고 발생 시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상해 발생이나 맹견 유기 시에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상해·사망사고를 발생시킨 개는 전문기관의 공격성 평가 결과에 따라 훈련, 안락사 등을 하도록 소유자에게 명령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됩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 대부분의 시민이 일단은 안심이라는 의견이 내놨지만 논란이 되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체고 40㎝ 이상인 개를 관리 대상견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카라는 지난 19일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 “체고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국내에서 양육 중인 반려견 중 절반 이상이 해당될 것”이라며 “정부의 근거 없는 체고 40㎝ 이상 개의 관리 대상견 지정과 외출시 입마개착용 의무화 방침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 몸집이 크다고 공격성이 높은 게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개파라치 제도가 ‘몰카’ 장려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 네티즌도 있습니다. 포상을 위해 일부러 문제를 삼는다거나 일부 여성 반려인을 스토킹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건데요. 한 네티즌은 “여성 스토킹 후 개 때문이었다고 하는 일이 생길 것 같네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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