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에 위안부로 동원된 한국 여성은 적게는 8만명, 많게는 2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살아 돌아온 사람은 2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소설가 김숨(44·사진)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두산인문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계기 국제인문포럼’의 ‘여성 혹은 젠더’ 섹션 발표자로 나서 “계획적으로, 집단으로 행해진 위안부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극단적이고 유례없는 성폭력의 예”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학 작품을 통해 위안부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인 김숨은 ‘한 명’(2016년)에 이어 위안부를 다룬 두 번째 장편 소설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조목조목 짚으며 강연장을 가득 메운 일반 청중과 해외 작가들에게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김숨은 “현재 생존해 있는 피해자는 31명이고 그녀들의 평균 연령은 90.2세라고 한다”며 “그녀들이 한 명도 남지 않은 이후에도 그녀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구 어딘가에서…”라고 울음을 삼켰다.
그는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가 할머니들의 삶을 한층 더 고통스럽고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김숨은 “유교 문화로부터 고착된 뿌리 깊은 순결 이데올로기는 위안부들에게 ‘더럽혀진 여자’라는 죄의식을 심어줬다”며 “가까운 사람들의 몰이해는 위안소에서 왜곡된 그녀들의 삶을 또 한 번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진정한 사과”라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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