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은 한방 척추·관절 치료의 핵심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의외의 답변을 했다. 이 센터장은 “척추·관절 환자의 50~70%가 비만으로 상체가 무거운 상태이므로 체지방을 줄이지 않고 척추관협착증·디스크(추간판탈출증)·무릎관절염 등을 치료하면 6개월도 안 가 다시 악화하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대한침구의학회 회장과 대통령한방의료자문의를 지냈으며 현재 대한한의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등 척추질환과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40~50대가 되면 근육량이 줄고 하체가 가늘어지는 반면 배가 나오는 등 상체가 무거워지기 쉽다. 바로 비만이다. 근육의 70%가량이 하체에 몰려 있는데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떨어지면 허리·무릎뼈와 관절에 무리가 가게 된다.
“체지방이 5㎏ 늘어나면 움직일 때 허리에 6배인 30㎏가량의 부담이 더 가해지지요. 허리 근력과 무릎 근육 등이 약해져 있으면 연골의 마찰·마모가 심해져 퇴행성관절염, 허리 디스크 등이 빨리 오게 됩니다.”
소나무에서 송진이 흘러내리듯 디스크가 압박을 받으면 수액이 계속 빠져나온다. 척추증이라고 하는데 빠져나온 수액은 염증을 유발하고 고드름처럼 자라나 신경 등을 압박한다. 또 신경이 지나는 척추관과 인대 등이 부풀어 신경이 지나는 길을 좁아지게 만들고 신경을 압박한다.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의 95%는 허리가 약해져서 또는 상체가 무거워지거나 우리 몸을 받쳐주는 근력과 지지력이 약해져서 생깁니다. 따라서 과도한 체지방을 줄이고 하체운동 등을 통해 지지력을 강화해야만 만성적인 퇴행성관절염·디스크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요.”
이 교수에 따르면 우선 오후10시~오전5시에는 각종 유익한 호르몬이 생성되고 에너지가 저장되는 시간인 만큼 가급적 잠을 자는 게 좋다. 늦게 자는 습관이나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런 면에서 유익한 호르몬과 에너지 부족해지기 쉽다. 갱년기가 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열이 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체지방 태우는 한약제제 ‘한슬림’
근육·뼈 강화 ‘보골단’ 함께 처방
염증·통증 잡는 봉독약침 치료도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교수가 한약제제로 체지방을 줄여주는 ‘한슬림(감비산)’과 뼈·근육을 강화시키는 ‘보골공진단’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슬림은 전통 한방에서 비만과 관련된 290여종의 처방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한약재인 마황의 사용량을 최소화한 대신 카페인 함량이 많은 녹차를 함께 써 지방을 태우는 효과를 높였다. 마황에 포함된 마약 성분(에페드린) 때문이다. 또 위장장애, 지방을 태우는 과정에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상열감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2가지 약제를 추가했다. 경희대한방병원에서만 500만포 이상이 처방됐으며 임상 2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지방을 한창 태우는 일을 하는 동안에는 깊은 잠을 못 이루기 때문에 저녁에는 먹지 않는다.
보골공진단은 호르몬의 기능과 하체의 근육·뼈를 강화해 지지력을 키우는 약으로 저녁을 포함해 하루 1~3회 복용한다. 예민해서 잠을 깊이 못 자고 입 잘 마르거나 눈이 자주 충혈되는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
“초과하는 체지방량이 10㎏ 이상이면 하루 2회(아침·점심), 7~8㎏ 정도면 1회(아침) 한슬림을 처방하는데 대개 체지방이 월 2~3㎏ 빠져 많은 분들이 좋아합니다. 얼굴 안색과 무릎·허리관절은 물론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도 좋아집니다.”
물론 체지방은 4㎏ 줄었는데 몸무게는 2㎏만 빠지는 경우도 있다. 운동을 통해 근육량이 2㎏ 늘어나 가장 이상적인 경우다. 이 교수는 아침·저녁으로 100회씩 하루 200회의 스쿼트 운동을 한다. 초과된 체지방량이 4㎏ 이하다.
“그렇다고 체지방을 단기간에 너무 많이 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우리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또 요요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2개월 이상 한슬림을 복용하면서 고강도 운동보다는 계단 오르기, 스쿼트 등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하체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반면 계단을 내려갈 때는 무릎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게 좋아요. 50대부터는 탄수화물 섭취비중을 낮추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등 식생활도 바꿔야 합니다. 2개월 뒤면 위장의 크기가 줄어들고 그 기능과 우리 몸의 대사력이 향상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한방치료도 한다.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통증을 잡는 데는 천연항생제인 봉독(벌의 독) 추출물을 묻힌 약침을 놓는다. 협진을 통해 양방 진통소염제를 처방받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뼈·근육·인대 등이 비틀려진 경우 추나요법을 쓰고 어혈을 풀어주는 첩약 등을 처방한다. 침과 전기침, 몸 안에서 녹는 약실을 근섬유에 넣어줘 근력을 강화하는 매선요법을 쓰기도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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