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감축 요청이 온다고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빗나간 수요예측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급전지시가 발동되면 참여 기업들은 절전을 위해 공장 가동을 줄이게 된다. 경제에 긍정적일 리 없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몇몇 발전소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전력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비용 부담 역시 뒤따른다. 이미 24·25일 이틀간 실시한 급전으로 참여 기업들에 약 1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수요예측을 제대로 했더라면 나가지 않아도 됐을 지출이다. 후유증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말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면서 2015년의 7차 기본계획에서 8,820만㎾로 잡았던 최대전력을 8,520만㎾로 줄였다.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잘못된 것임이 판명됐다. 상황이 이러니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맞추기 위해 전력수요를 낮춰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한발이라도 잘못 내딛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수요예측이 잘못됐다면 더 늦기 전에 서둘러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리적 에너지 정책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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