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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초솔로사회] 혼자 살아가는 시대, 20년 뒤엔 일상이 된다

■ 아라카와 가즈히사 지음, 마일스톤 펴냄

2035년 일본,독신비율 48%

女5명중 1명 미혼인채 살아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소비하고

취향따라 뭉치고 흩어지기 반복

"개인 고립아닌 새 표준 될 것"





매년 초, 싱글 남녀의 분통 터지는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 부양가족이 많은 이들에게 연말 소득공제는 ‘13월의 월급’이겠지만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싱글에겐 ‘13월의 주머니 털림’일뿐이다. 어디 연말정산뿐인가. 회사의 각종 복지혜택도 기혼자에 맞춰져 있다. 결혼 및 출산축하금, 자녀 학자금 등 사실상 임금 보전 성격의 지원이 솔로에겐 그림의 떡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책은 결혼하지 않는 ‘애물단지’, 결혼하고도 아이 낳을 생각이 없는 ‘애어른’을 정조준한다. 대통령마저 싱글이었던 엄혹했던 시절에는 ‘싱글세’를 물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까지 나왔으니 말 다했다. 대다수 통계가 4인 가구에 맞춰져 있고 장바구니 물가도 결혼 가정을 기준으로 품목이 정해진다. 이런 사회에서 솔로는 사회의 낙오자 내지는 별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솔로가 다수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솔로사회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2035년이면 미혼자와 이혼·사별한 사람을 합쳐 독신자 비율이 48%에 육박할 것(일본 국립보장인구문제연구소 추계)이라고 한다. 인구의 절반이 혼자인 사회, 말 그대로 독신가구가 표준이 되는 세상이 되기까지 겨우 20년도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 종합광고대행사 하쿠호도에서 ‘솔로활동계 남성연구 프로젝트’ 팀장을 맡고 있는 칼럼니스트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이를 ‘초솔로사회’라고 명명한다.



일본에서 50세까지 인구 중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일컫는 생애미혼율은 2015년 남녀 각각 23.4%, 14.1%를 기록했다. 추세를 반영하면 2035년에는 남성 3명 중 1명, 여성 5명 중 1명이 생애미혼인 채로 인생을 산다. 생애 한 번도 아이를 낳지 않는 기혼여성 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950년에 태어난 여성 중 아이를 낳지 않은 기혼여성은 4.8%였지만 1990년생은 13.8%로 3배나 늘었다.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 됐고 결혼의 구속력도 헐거워졌다. 이혼 건수를 결혼 건수로 나눈 비율(특수이혼율)도 2011년 이후 3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결혼한 부부 3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추세에 비춰 볼 때 솔로사회화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초솔로사회의 도래가 시간의 문제라면 우리의 공동체 인식과 사회규범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문이다. ‘결혼교’ 전도사들의 결혼 강요와 멸시, 결혼하지 않은 직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등은 급격한 솔로사회화 속에서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는 한·일 양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회병리 현상이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개인화의 결과, 혈연, 지연 등 끈끈하고 고착화된 연대감을 바탕으로 한 고체사회를, 유동하는 액체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뭉치기를 반복하는 액체사회가 대체할 것이라고 봤다. 이런 사회에서 가족도, 직장도, 사회도 영원한 것은 없다. 개인의 소비 역시 초솔로사회에 맞게 변화한다. 자기만족에 중점을 둔 ‘가심비 소비’, 소유 대신 공유를 통해 연결되는 ‘공유소비’, 생산과 소비를 운명공동체로 연결하는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개인은 소비하며 연결되고 취향공동체를 이룬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소비가 줄고 경제 성장이 위협받는다고 아우성이지만 실제 독신가구는 기혼자들과 다른 품목에서 고객생애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이들의 소비가 시장은 물론 기술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초솔로사회는 개인이 고립된 사회가 아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가족, 지역, 회사 공동체를 창출하고 관계성을 구축하면서 사람들이 자립해나가는 사회, 부드러운 자립형 사회다. 혼자가 표준이 되는 세상의 도래에 앞서 젊은 세대는 뭉쳐도 살고 흩어져도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기성세대의 눈에만 탐탁지 않을 뿐. 이렇게 세상은 바뀌고 있다. 1만5,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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