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배우자 출산 직후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가를 쓰면 한 달간 임금을 100% 보장하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한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활성화돼야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줄고 저출산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김상희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우리나라도 아이 보는 아빠가 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빠의 육아 참여를 획기적으로 올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가 여성의 출산 직후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쓸 수밖에 없게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위는 이를 위해 여성의 출산 직후 아빠가 휴가를 쓰면 첫 한 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을 극적으로 늘린 롯데그룹 사례를 참고했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아빠가 출산과 동시에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반드시 사용하게 하고 한 달간은 임금을 100% 보전하기로 했다. 그 결과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이 180명에서 약 1,000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은 롯데 직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출산위는 정부가 개별기업처럼 육아휴직을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휴가 지원은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추진방법으로 배우자출산휴가를 현재 유급 3일에서 한 달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10일까지 늘리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출산휴가는 통상임금 100% 보전이 원칙이기 때문에 아빠 입장에서는 한 달 동안 임금 걱정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고용보험기금이나 재정 등 정부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지금 배우자출산휴가는 기업이 휴가 기간에 임금을 책임지는 구조다.
육아휴직 제도 조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아빠를 겨냥해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에게 첫 석 달간 통상임금 100%를 지원하는 방식을 남성이 첫 번째로 육아휴직을 쓸 때 한 달간 임금 100%를 보전하는 식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현재 첫 육아휴직자의 임금 지원 수준은 남녀 구분 없이 통상임금의 40~80%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아빠 입장에서는 엄마가 1년 육아휴직을 쓴 후 ‘아이도 어느 정도 자랐는데 굳이 내가 또 써야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두 번째 육아휴직자 지원에도 남성 휴직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2,129명으로 전체 10.2%에 그쳤다. 스웨덴(32.0%), 독일(28.0%) 등의 절반도 안 된다. 따라서 육아휴직을 꼭 써야 하는 출산 직후에 남성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저출산위의 생각이다.
저출산위는 사용자단체와 협의해 롯데 같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업계 전반에 확산시키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아이는 여성이 돌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산 극복은 요원하다”며 “아빠의 육아 참여 확대방안을 포함한 저출산 대책을 다음달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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