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이동통신뿐 아니라 미디어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의 확장 속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신사업 분야에서 예상보다 빨리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뉴(New) ICT’ 기업으로 거듭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7조5,200억원, 영업이익 1조5,366억원, 순이익 2조 6,576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미디어·IoT 등 신규사업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에 턴어라운드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미디어 사업 성장과 11번가 수익성 개선 영향으로 0.1% 증가했다. 순이익은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실적 호조에 따른 지분법 이익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60.1% 늘었다. 다만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24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도 이동전화 매출이 통신비 인하의 영향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하락을 면하기 힘들 것이란 내부 전망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신사업 효과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 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SK텔레콤의 인터넷TV(IPTV)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기가인터넷·IPTV 가입자 확대 및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한 3조501억원의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최초로 출시하며 국내 시장을 개척한 SK텔레콤은 서비스 영역 · 콘텐츠 · 이용자를 동시에 확대하는 ‘AI 선순환 전략’으로 인공지능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누구’ 월간 실 사용자 지난해 8월 11만 명에서 12월에는 211만 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올 한해 New ICT 영역에서의 성과 창출을 본격화하고, 5세대(5G) 통신의 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5G 조기 상용화는 물론, 오프라인 세상이 ICT화하는 5G 시대의 특성을 감안해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편익 창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SK텔레콤은 지난 1월 역대 최대 규모의 ‘5G 전사 TF’를 구성한 바 있다.
그 결과 SK텔레콤은 지난 5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화성 자율주행 실험도시 ‘K-City(케이-시티)’에서 2대의 5G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교통 정보를 주고받는 ‘협력 운행’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SK텔레콤은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글로벌 우군 확보 전략을 세웠다. 이동통신 관련 사업 협력에서 다양한 기술을 대상으로 글로벌 대표 기업, 스타트업 등과 열린 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SM엔터테인먼트, 현대자동차, 한화, 엔비디아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어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박정호 사장은 글로벌 지도서비스사인 독일 ‘히어(HERE)’, 미국 최대 지역 지상파 그룹 ‘싱클레어(Sinclare)’와 협력을 맺기도 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뺏기 위주의 마케팅 경쟁에서 기술 중심의 질적 경쟁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AI, 자율주행, 양자 등 미래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해당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며 기술력을 미래 먹거리로 전환할 준비를 마쳤다. SK텔레콤은 챗봇(Chat Bot), 셋톱박스,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차세대 AI디바이스 등 다양한 AI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25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27조원으로 예상되는 ‘양자정보통신’ 시장 공략을 위해 6년 째 관련 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양자정보통신’은 한국, 미국, 중국의 몇 개 기업을 제외하고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매우 복잡한 기술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수년 째 끈기 있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랜 노력 끝에 SK텔레콤은 올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양자 기술을 확보했다. 통신망에 적용하는 양자암호통신, IoT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양자난수생성기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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