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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용역기관 전락한 한국 싱크탱크의 현실

한국 싱크탱크의 위상이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도 한참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경제신문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발표한 ‘2017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우리 싱크탱크는 53개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512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만 해도 우리와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지원으로 10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싱크탱크는 정치·경제 등 국가 전반의 정책 이슈를 진단하고 미래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곳이다. 미래 국력의 또 다른 지표인 싱크탱크가 많은 나라일수록 경쟁력이 높다고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럼에도 한국의 싱크탱크가 대만이나 칠레 등에 비해서도 뒤진 채 만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복지와 교육 같은 지속성장을 위한 분야일수록 불모지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당장 눈앞의 단기 성과에 급급해 운영되는데다 외부수탁 수주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니 독립성과 자율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부처의 연구용역에 매달리는 바람에 ‘지식의 시녀화’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민간연구소들 사이에서 보고서라도 잘못 냈다가 연구개발 예산을 배정받지 못할까 봐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새 정부 들어서도 오히려 싱크탱크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국책연구기관 수장들이 줄줄이 중도 사퇴하면서 캠프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래서는 국가 의제를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를 기대하기 어렵다. 싱크탱크가 바로 서자면 정권을 위해 봉사하거나 편향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정책 유연성부터 갖춰야 한다. 단발성 정책제안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발굴하고 중장기 국가전력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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