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사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고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 경찰이 동료 교사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지만 교내 따돌림과 부조리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19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까지 숨진 A교사와 함께 근무한 교직원 등 1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 대상에는 A교사가 숨지기 직전 유서에 ‘너 때문에 죽는다’며 실명을 언급해 비난한 B교사도 포함됐다.
교직원들은 “A교사와 관계는 대체로 원만했다. 함께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한 교사도 있었고 힘들다고 할 때 상담해 준 동료도 있었다. 고인이 말을 직설적으로 한 부분은 있지만 심한 충돌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B교사도 “평소 A교사를 비난하거나 다툰 사실이 없다”며 “유서에 내 이름이 적힌 것이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교직원 조사와 함께 A교사 휴대전화를 확보해 문자메시지 내용을 분석했지만, 투신을 결심할 정도로 심한 교내 따돌림이나 마찰은 발견하지 못했다.
되레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로 지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화 내용 등이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가장 억울하고 힘든 유족 입장에서 수사했지만, A교사가 동료나 학교의 부조리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교사 죽음을 둘러싼 근거 없는 추측이 쏟아지고 있어 경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증거가 없는 불분명한 주장만으로 수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A교사는 지난 1일 오전 11시께 익산 한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그는 “교장·교감 선생님, 교직원, 학생,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B교사 괴롭힘 때문에 죽는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를 남겼다.
유족들은 지난 13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교사가 학교에서 동료들의 따돌림과 부조리에 시달렸다며 경찰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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