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
개인간거래(P2P) 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실화되자 업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P2P 업체들은 앞다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에 나섰다. 수익률도 좋아 투자자들도 대거 몰렸다. 지난달 기준 부동산 PF 누적 대출액은 6,547억원으로 전체 대출액(1조9,366억원)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소속된 64개사 중 28곳이 부동산 PF를 취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협회에 속하지 않은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배로 불어난다고 보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부동산 PF를 담보로 돈을 차입하는 차주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해 결과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외면한 결과를 낳았다. P2P 업체의 부동산 PF대출은 18%대의 고수익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건축업자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건축업자들이 P2P 업계에 눈을 돌리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소규모 P2P 업체들도 지방의 상가나 빌라를 중심으로 PF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이 점점 치열해졌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PF대출을 했다가 투자 원리금을 갚지 못해 부실률이 30~40%를 넘는 곳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부실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한 건축업자의 대출 신청을 거절했는데 얼마 후 다른 업체 PF 상품의 차주로 나왔다”면서 “P2P 업계가 소규모 건축 시장을 두고 경쟁하다 보니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등한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P2P 관련 법이 제정돼 있지 않다 보니 금융당국의 통제서도 벗어나 있다. 이렇다 보니 허위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 신고해도 잡아낼 길이 없다. 그나마 한국P2P금융협회라는 조직이 소속 P2P 업체들을 감시할 권한이 있지만 소속돼 있지 않은 업체들이 훨씬 많아 실효성은 떨어진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들도 협회 소속은 아니다.
실제 국내 P2P 업체 수는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협회 소속은 64개에 불과하다. 30% 정도만 그나마 협회의 관리·감독의 범위 안에 있고 나머지는 사각지대에 완전히 방치돼 있어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이다.
협회 소속업체라고 해도 부실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어 투자자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P2P협회 소속업체들의 지난달 말 평균 부실율(90일 이상 장기연체)은 2.49%로 두 달 만에 1%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P2P는 개인신용대출이 주된 목적”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PF 위주로 P2P 시장이 쏠림현상을 보이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금융당국은 P2P 업체의 부실률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최근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부동산 PF 등 부동산 대출 관련 투자 한도는 기존 1,000만원을 유지했다. 신용대출 업체에 대해 투자 한도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은 또 P2P 부실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자 P2P 업체가 연계한 대부업체를 이달 말까지 금감원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P2P 투자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PF대출 상품이 고수익으로 출시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높다는 증거”라며 “최근 지방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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