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너무 좋아하지만 쇼팽 곡만 치고 싶지는 않아요.”
지난 2015년 국제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내년 1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 메인홀(아이작스턴오디토리움) 독주회와 이달 21일부터 오는 3월 초까지 나서는 ‘북미 리사이틀 투어’를 앞두고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소회를 밝혔다
조성진은 이 자리에서 “내년 카네기홀 공연이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타이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진이 카네기홀에 오르는 것은 지난해 2월 베를린필하모닉과 데뷔 협연을 한 후 약 2년 만이다. 내년 공연에서 그는 그에게 한국인 최초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쇼팽이 아닌 다른 작곡가의 곡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쇼팽을 빼고 하는 첫 무대”라며 “쇼팽 콩쿠르 우승 타이틀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고 기쁘다”고 강조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은 조성진에게 음악을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콩쿠르 전에는 ‘과연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고 미래를 많이 걱정했다. 만 28세까지만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우승하게 돼 이제는 편안해졌다. 음악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자신의 세 번째 북미 리사이틀 투어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뉴저지주를 시작으로 매사추세츠·콜로라도·애리조나·캘리포니아·뉴욕주,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9차례의 독주회를 펼치는 강행군이지만 그는 “유럽보다 미국에 한국 교민이 많아 힘을 얻게 된다”며 “미국에서 공연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정규앨범 ‘드뷔시’를 내놓은 조성진은 올해 7월께 모차르트 곡을 녹음하는 등 바쁜 스케줄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앞으로는 차츰 연주회를 줄여나가면서 개인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그는 “콩쿠르 우승 후 매년 100번가량 연주해왔지만 앞으로는 90회 정도로 연주회 횟수를 줄이고 싶다”며 “여행을 가거나 부족한 연습을 채우는 등 개인 시간을 갖고 싶다. 유럽도 좋지만 연주할 기회가 없었던 도시에서도 연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휘나 작곡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조성진은 “오랫동안 연주자로 남고 싶다”며 일축했다. 그는 “지휘자는 엄청나게 힘들고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다. 내 그릇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피아노 작곡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음악가 중 진은숙 작곡가의 곡을 언젠가 연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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