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073240)가 일단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하는 모습이다. 28일 노사는 경영정상화 방안(자구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고 채권단은 채무상환 유예에 대한 결정을 한 달 뒤로 넘겼다. 다만 채권단은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이 채권단의 요구 수준에 비해 미흡하다고 판단, 수용하지 않고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보다 강도 높은 자구안에 노사가 다시 합의할 경우 해외 매각 시 노조의 동의를 얻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조가 추가 희생을 요구하는 자구안에 재차 합의할지, 해외 매각을 놓고 채권단과 노조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여서 한 달 뒤에도 법정관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초 채권단은 “향후 해외 투자 유치가 불가피한 경우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하자”고 노조에 제안했지만 노조는 ‘협의’라는 문구 대신 ‘합의’를 요구한 바 있다.
◇법정관리 절벽에서 한발 물러선 금호타이어=금호타이어와 노조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경영정상화 작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잠정 합의했다. 채권단이 제시한 데드라인(26일)을 넘겨서도 노조와 회사·채권단은 치열한 힘 싸움을 벌여왔다. 노조가 자구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해외 매각 시 노조의 동의를 얻겠다”는 채권단의 제안 때문이다.
지난 26일 채권단은 시한 내에 노조가 자구안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면서 해외 매각 시 노조와 별도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해외 매각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구안 동의는 없다”며 이틀째 맞서왔다.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더라도 강행할 수 있는 협의와 달리 동의의 경우 노조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 채권단은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먼저 구두로 해외 매각 시 노조의 동의를 얻겠다고 제안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자구안 내용을 보고 평가하겠다고 했다”면서 “채권단이 노사 간 의견일치 이룬 자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권단, 채무상환 유예 결정 한 달 미뤄=채권단은 이날 오후 실무자 회의를 열고 채무상환 유예에 대한 결정을 3월 말로 미루기로 했다. 채권단은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이 기대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양측이 접점을 찾았다는 점을 평가해 추가로 한 달의 시간을 더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은 올 1월26일 자율협약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채무재조정 방안을 결의하면서 한 달 내에 경영정상화 계획(자구안) 이행 약정서를 체결할 것을 금호타이어 측에 요구했다. 채무재조정 방안은 △일 년간 원금상환 유예 △담보채권은 연 4%, 무담보채권은 연 2.5%로 금리 인하 △당좌대월(마이너스통장) 한도 최대 2,000억원 설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6일까지 노사 합의가 수반된 이행약정서가 체결되지 않으면 이 결의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밝혔으나 이번에 재차 상환유예 결정 기한을 다음달 말로 한 달 미뤘다.
이는 당분간은 금호타이어에 채무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법정관리와 같은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거기에는 법원의 절차도 포함돼 있다”고 한 발언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산업은행은 이 기간에 금호타이어 노조를 설득하고 외부 자본 유치도 진행하기로 했다.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더블스타 매각 등이 지뢰=채권단과 노조가 한 발씩 양보하면서 파국은 면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채권단은 외부 자본 유치 없이는 금호타이어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중국 더블스타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가져가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던 업체다.
반면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며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결사반대해온 노조의 입장도 변함이 없다. 결국 노조가 해외 매각을 피하려면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추가적인 양보를 해 다시 자구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채권단도 해외 매각 시 노조의 동의를 얻겠다는 서면 약속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산업은행은 3월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밝힐 방침이다.
/조민규·노희영·조권형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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