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난임시술을 지원하다 보니 허점도 많고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난임시술의 문턱이 너무 낮아 시술이 남용된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난임여성에 대한 사전교육 과정도, 시술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적절한 지표도 없다.
난임은 피임 없이 1년(만 35세 이상 여성은 6개월) 이상 지났는데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두루뭉술하다. 시술을 받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자연임신이 가능한 여성도 난임시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자연임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여성도 많다. 그러다 보니 난임시술 대상이 수익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의사와 의료기관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이영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나프로임신센터 소장)는 “고통스러운 난임시술을 하지 않고도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이 많은데 정부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다 보니 무작정 난임시술부터 받는 경향이 있다”며 “교육상담을 통해 자연임신 가능성이 있는지 사전확인(스크리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프로임신센터의 경우 임신 또는 유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성호르몬의 기능, 여성마다 천차만별인 생리주기·배란후기(배란일~다음 생리 전날)·가임기(배란기) 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한다. 저용량의 호르몬 요법 등도 병행한다. 그런데도 난임시술로 임신에 실패했던 여성들이 3개월 이상 교육과 치료를 받은 뒤 30% 중반대의 자연임신 성공률을 보였다. 난임시술 임신 성공률보다 높다. 따라서 정부도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난임시술을 받기 전에 반드시 이수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임시술 의료기관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하고 정보공개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난임시술 지원방식을 보건소를 통한 시술비 직접지원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으로 전환한 만큼 더 늦출 이유가 없다. 출산성공률, 조산율, 다태아 비율 등도 서둘러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 2016년 총 368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8만7,155건의 정부지원 난임시술 중 56%는 11개 의료기관에서 이뤄졌다.
난임여성의 우울·스트레스 등 정신적 고통을 줄여줄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권정혜 고려대 부부상담센터 소장은 “난임여성의 30%가량은 우울 등으로 심리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상자에 대한 선별검사와 평가도구 개발, 맞춤 프로그램 개발·보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아 한국사회통합정책연구원 소장은 “난임시술 지원이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다 보니 여성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 유지를 위한 보호방안 마련에 소홀했다”며 “의료시술의 내용, 후유증 설명방법 등을 난임시술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난임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시술 과정 중 심리상담과 자동 연결되는 연계 시스템의 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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