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재계가 직접 통상압박 대응에 팔을 걷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통상 문제에서 정부 대응 못지않게 재계가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경련은 국내 5대 경제단체 가운데 미국 기업·정계와의 네트워크가 가장 강하다. 그간 전경련은 한미재계회의 등을 통해 한미 간의 껄끄러운 경제 문제를 조율하는 데 기여해왔다. 수십년에 걸쳐 구축한 미국 조야와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덕분이다.
이를 활용하는 것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부는 전경련을 적폐 대상으로 낙인찍고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 성공에 물심양면으로 공을 세웠는데도 개회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전경련 회장을 초청하지 않았을 정도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최근에도 전경련의 대미 네트워크를 활용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정부가 나서 재계를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적폐 타령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험난한 통상파고를 헤쳐나가려면 정재계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을 이용해 설득 논리를 만드는 등 대응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적폐 논란에 빠져 중요한 자산마저 활용하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전경련 패싱’을 접고 통상보복을 막아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