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건강보험 개편이 첫발도 떼기 전에 삐걱거리는 것은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건보 보장성 강화를 선언한 후 연내 시행을 목표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한 건보 개편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세부안은커녕 발표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놓고 협상 결렬에 대해 ‘합의 내용을 호도한다’며 서로 손가락질하고 있으니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정부는 초음파나 특진비 등 3,800여개의 비급여 진료를 축소해 국민의 부담을 없애겠다고 했다. 병원비로 고통받는 이들을 생각하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병원의 수익 악화를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다. 의료계는 건보재정을 손대거나 건보료를 찔끔 올려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병원 간의 쏠림현상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대로 기득권 챙기기로만 치부한다면 문제 해결을 더 꼬이게 만들 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당사자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 실효성을 갖추기 어렵다. 그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현장의 반발이 커지자 땜질 보완책을 내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의사의 진료 서비스에 의존하는 건강보험 개편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의료계 저변에 깔린 불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원 마련에 무리가 없는지 살펴보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계도 협상장을 뛰쳐나오기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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