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벌써 보복의 칼을 꺼내 든 곳이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현실로 나타나면 미국산 피넛버터·크랜베리·오렌지주스같이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반(反)미 연합전선 등장도 감지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에서 중국을 비롯한 18개 회원국들이 일제히 미국의 조치를 비판한 것은 그 전조다. 아직 트럼프가 서명하기 전이기에 집단공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된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들이 힘을 합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하더라도 15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기간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면제국으로 지정할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는 모양이다. 우리만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통상에서 말하는 국가안보란 군사적 의미가 아닌 일자리와 개별산업 보호다. 한미동맹이 끼어들 틈은 별로 없다.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미국이 끝내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고 세계 최강국 미국에 나 홀로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EU나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과 힘을 합쳐 우리가 직면한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한국 수출의 명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차관급 통상교섭본부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통상외교 라인을 총동원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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