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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발행(ICO) 규제에 해외로 가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싱가포르·스위스로 잇단 진출

"ICO 관련 기술·자본 유출 우려"

싱가포르·스위스 등 해외 법인을 통한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의 암호화폐발행(ICO)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는 정부 방침 발표 이후 유망 벤처기업들은 해외 ICO 시장으로 눈을 돌려 활발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현재 해외 IC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수십여곳이 넘는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스타트업 직토는 보험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인슈어리움 프로토콜’을 구축하기로 하고 이 서비스에서 통용될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인슈어리움’의 ICO를 추진한다. 소비자들이 보험상품 개발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암호화폐인 인슈어리움을 지급받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직토는 싱가포르에 유한회사를 세웠다. 회사 측은 총 300억원어치의 인슈어리움을 발행, 우선 ICO를 통해 200억원을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정보기술(IT) 기업인 현대BS&C는 스위스에 블록체인 관련 법인을 설립하고 암호화폐 ‘에이치닥’을 발행해 2억5,800만달러(약 2,800억원)를 모았다. 카카오도 최근 해외 ICO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달 내 블록체인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혀 ‘카카오 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해외에서 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기업의 이 같은 해외 ICO가 활발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9월 말 ICO 전면 금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 관련된 기존 법을 개정하거나 새 법규를 만든 것도 아니다. 전면 금지도, 허용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국내 유망 기업들은 해외 ICO 시장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해외 ICO를 위해 해외 법인을 우선 설립한다. 이후 경영진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사람들이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얼리백커’ 단계를 거쳐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프리세일(pre-sale)을 진행한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할 공산이 크다. ICO는 암호화폐 발행 목적과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적은 백서만으로 수익성·성장 가능성을 평가받는다. 기업이 조달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개할 의무도 없다. 즉 프리세일 후 상장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등 위험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국내 투자자 보호 등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국내 기업이 해외 별도 법인을 통해 ICO를 진행했고 과세 역시 현지 세법에 따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거쳐 한국 본사에 돈을 보냈을 때 과세 조항도 불분명하다. ICO 허용 여부를 놓고 국내서 갑론을박을 하는 사이 국내 유망 기업들은 해외 ICO 행렬에 동참하고 이 같은 우회 진출에 사각지대도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이사는 “(최근에 암호화폐 ‘그램’를 발행한) 텔레그램 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은 기존 자본 시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이 같은 기업들은 그 본질에 맞는 암호화폐라는 새 자본 시장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라는 새 선택지가 있는데 그것을 막는 건 다양한 실험을 차단하는 것이고 (ICO에 관한)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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