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특위 자문안에는 대통령의 막강 권한에 대한 견제장치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제왕적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희미해졌다. 기껏해야 감사원 독립성 강화와 대법관 제청권 축소, 국회 예산심사권 강화 정도가 전부다. 예산편성권·조약체결권·긴급재정·긴급명령권에 정보기관·경찰·검찰·국세청을 직속으로 둔 것도 모자라 장차관은 물론 4대 권력 기관장,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의 수장과 각종 위원회의 임면권까지 쥔 대통령을 견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문안대로 간다면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없애는 것도,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재발 방지도 장담하기 힘들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자리가 7,000여개나 되는 상황에서 코드 인사, 낙하산 논란 역시 끊이지 않을 터다. 국가 최고권력자가 독점한 4대 권력기관의 인사권을 분산하고 국회에 총리추천권과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개헌은 국회의 협조 없이 하기 어렵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야당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벌써 개헌안을 마련해 발의 직전까지 갔는데 야당은 아직 당내 의견조차 모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하루 속히 구체안을 만든 뒤 여당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개헌을 둘러싼 혼란도 줄이고 국론분열도 막을 수 있다. 가뜩이나 북핵 문제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은 이때 개헌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해서야 되겠는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