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의 만성적자 탈출이 정부와 채권은행의 지원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소식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조선 시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으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길 정도로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흑자 달성도 영업을 잘한 덕분으로 보기 어렵다. 보유자산을 매각하고 선박 인도로 충당금 일부를 장부상 영업이익으로 돌린 효과가 컸다. 이것이 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재무적 화장술이다. 지난해 4·4분기에 영업적자로 돌아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영상 지표가 좋고 나쁨을 떠나 대우조선이 1년 전에는 어떤 처지였는가. 정부는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훼손하고 2조9,0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논란 끝에 국민연금까지 출혈을 감수한 기억도 생생하다. 정부가 대우조선에 회생의 기회를 준 것은 국민경제의 타격을 우려했기 때문이지 결코 임직원의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고통 분담을 약속한 지 1년 만에 임금부터 올려달라는 것은 대우조선 부실의 부담을 떠안은 국민에게 염치없는 일이다. 노조에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지금은 임금인상 운운할 때가 아니다. 혈세로 회생의 기회를 잡은 대우조선 직원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대우조선 노조는 성동조선이 법정관리로 간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만일 부실이 더 커지면 대우조선이라고 이러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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