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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남방의 중심 ‘황금별’ 베트남]정책 불확실성 크고 법해석 제각각..."단기 성과 조급증 버려야"

<하>성공확률 높이는 진출전략은

세제 등 지방성마다 달라 '협상'이 국내 법인들 최대 업무

부정부패도 만연...성장률 등 장점만 보고 진출했다간 '낭패'

지난 7일 베트남 하노이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인큐베이터에서 현지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이 시장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하노이=임진혁기자




지난 7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참빛타워 17층 센터에 위치한 수출인큐베이터 회의실에서는 현지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인들이 모여 시장 특성과 성공전략에 대해 열띤 토의를 하고 있었다. 베트남 시장 개척을 원하는 기업들의 시장조사와 초기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월 11만원 정도의 저렴한 임대료로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수출인큐베이터에 현재 입주한 기업은 15곳으로 만원이다. 주로 디스플레이 부품과 기계 등 2~3차 협력사들이다. 김광석 중소기업진흥공단 하노이 수출인큐베이터 소장은 “공간이 생기면 바로 들어오겠다는 대기업체만 7곳”이라며 “베트남 시장이 좋다고 알려지니 국내 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 13층에 입주한 KOTRA 하노이 무역관 역시 회의실마다 현지 시장조사에 나선 기업인들과 직원들의 미팅이 쉴 새 없이 이뤄져 빈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인구 1억명에 달하는 내수시장을 보고 달려든 한국 기업은 벌써 6,000여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중국을 떠나온 기업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면서 베트남 진출은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파트너 국가로 삼고 올해 첫 해외순방(오는 22~24일)지로 택한 것도 이 같은 경제협력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은 이처럼 한국 경제와 산업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오직 장점만 바라보고 덥석 달려들었다가는 실패만 안고 돌아갈 수 있다고 현지 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베트남 시장을 바라보며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정부의 불확실성이다. 하노이 시내를 다니다 보면 높은 교각 위로 철도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노이 지상철 공사인데 흥미로운 점은 이 공사가 언제 끝날지, 언제부터 진짜로 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2011년에 시작된 이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개통됐어야 하지만 일부 구간은 공사가 시작조차 안 됐으며 올해 말쯤 시범운행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는 정도다. 현지 주재원은 “현지 사람들도 ‘생애에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을까’라고 농담을 할 정도”라며 “정부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함부로 예단하는 것은 금물인데 지상철이 그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불확실성은 지역마다 다른 법 해석이다. 김 소장은 “전반적인 법령 정비가 덜 돼 법인 설립 요건이나 세제에 대한 해석이 지방성 담당자마다 다른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 후 수출할 경우 원자재는 면세다. 원자재 100을 들여왔을 때 제품 하자나 불량이 생기면 실제 수출에 쓴 원자재가 80~90이 될 수 있는데 이때 불량률이 성마다 제각각이다. 이럴 때면 과세 당국과 기업 간에 한창 실랑이가 벌어진다. 현지진출 국내 법인장의 가장 큰 업무 중 하나가 이처럼 정확한 규정과 방침이 아닌 ‘협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한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부정부패도 현지진출기업이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베트남 생활 3년 차에 접어든 한 주재원은 “명절이 되면 교통단속이 훨씬 엄해지는데 과태료 대신 적정 수준의 현금을 내고 무마한다”며 “사업체 등을 돌며 대놓고 떡값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투명사회로의 전환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해 5월 딘 라 탕 호찌민시 당위원회 서기장이 국영기업 페트로베트남 비리에 연루돼 서기장직과 정치국 위원직에서 파면됐는데 정치국 위원 파면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런 조치가 공무원 조직 전반의 부정부패 척결로 이뤄지기보다는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게 현지의 시각이다.

현지 기업인들은 신규 진출을 추진하는 후배 기업인들에게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K마켓의 고상구 회장은 이를 교통상황에 비유했다. 그는 “하노이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차선도 없이 뒤죽박죽 얽혀 다니지만 절대 사고가 안 난다”며 “그들만의 약속이 있고, 일단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회장은 “장밋빛 희망만 보고 들어오면 잘못된 정보로 망하기 십상”이라며 “베트남의 느린 템포에 맞춰 천천히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흐름에 맞춰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진출이 가로막혀 베트남에 둥지를 튼 기업 솔루션 업체 윌비솔루션비나의 김완수 대표도 “2014년 베트남 중앙은행 정보화 사업 건을 수주하기까지 시장조사와 홍보, 네트워크 형성 등에 5년 이상의 시간과 수십억원을 쏟았다”며 “오래 두고 볼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최근 자동문잠금(도어록) 업체가 시장 진출을 노렸는데 좋은 제품임에도 베트남 기업들이 필요성을 못 느껴 판로를 뚫지 못했다”며 “제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현시대 베트남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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