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공기업의 역할을 재검토하는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가 최근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업무를 없애라고 정부에 권고한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해외광산 개발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해외자원개발은 박근혜 정부 때 이명박 정부의 자원비리 수사를 확대하면서 사실상 10년 가까이 멈춰 있다.
산업연구원은 18일 ‘국내 이차전지 산업 현황과 발전과제’ 보고서에서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리튬과 코발트·니켈·망간 등 광물 소재의 국제가격이 급등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원재료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향후 차세대 전지가 어떤 종류든지 리튬은 계속 사용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해외 리튬광산 업체와의 합작투자 등 장기제휴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자동차용 리튬배터리 시장은 오는 2020년 11만9,792㎿h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수요가 급증하자 지난해 1월 ㎏당 35달러였던 코발트는 올해 1월 77.8달러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리튬은 17달러에서 22.1달러로, 니켈은 10달러에서 12.9달러로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터리 재료 시장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리튬이온배터리의 세계 4대 재료 시장은 전년 대비 40.1% 증가한 약 99억달러로 추정된다. 1차적으로는 수요 확대가 원인이지만 원재료 비용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진단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튬배터리의 4대 재료 시장 성장은 중국이 견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그 뒤를 쫓아가고 있다”며 “특히 리튬이나 코발트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이 원재료 비용 상승의 주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제작에 쓰이는 핵심소재의 가격이 계속 뛰고 있고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의 영업활동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국내 업체는 세계 시장에서 주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 순위를 보면 일본 파나소닉이 9,943.7㎿h로 1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만 16.7%다. 2위와 3위는 중국 업체인 CATL과 BYD로 각각 16.5%와 10.8%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국내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점유율이 각각 8%와 4.1%다. 두 업체를 주력으로 한 국내 이차전지 수출 규모만 지난해 59억5,100만달러 수준이다. 2016년과 비교하면 19.7%나 증가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과 코발트·니켈·망간 등의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조언이다. 이들 광물의 경우 매장량은 한정돼 있는데 광산을 개발해 실제 생산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실패할 확률도 높은 사업이다. 최근에는 세계 코발트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이 코발트에 부과되는 로열티를 2%에서 5%로 올리고 초과이득세도 50%나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 연구위원은 “과거 자원외교의 부작용을 우려한 정부의 소극적 정책 대응이 한몫한 결과”라며 “해외 리튬광산 업체와 합작투자 같은 장기제휴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인재 개발도 중요하다. 국내 이차전지의 가장 큰 약점은 전문기술의 인력 부족, 기초연구 취약이 꼽힌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전문인력을 흡수하면서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산업연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고체전지는 충전시간이 빠르고 주행거리가 길다. 현재 리튬이온전지는 충전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지만 전고체전지는 5분 만에 80%를 채울 수 있고 초급속충전도 가능하다. 주행거리도 400㎞인 리튬전지의 2배다. 폭발 가능성도 낮다. 산업연은 “정부와 대기업·중소기업·연구소·대학이 참여하는 메가 컨소시엄 타입의 대규모 연구개발(R&D)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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