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남수(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근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애플에 대한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원래 애플 제품 사용자 중에는 충성고객이 많다. 그만큼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다. 그런데 고객들이 집단소송까지 불사하며 애플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2014~2015년 출시한 아이폰 6(6S)의 전원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2월부터 새로운 운영체제(iOS)의 새 버전을 적용했는데 전원 꺼짐 현상은 사라졌지만 아이폰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소비자들 측에서는 애플이 배터리 결함 사실을 은폐하고 신형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성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하였다. 애플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원래 사람은 상대의 잘못된 행동 보다도 신뢰감 상실에 더 큰 상처를 입는 법이다. 고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회사가 품질에 문제있는 제품을 내놓았다는 사실 보다도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 변명하는 듯한 행동에 더 큰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기업은 갈수록 대규모화되고 글로벌화 되면서 그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몸집과 힘이 불어나는 속도에 비해 그들의 기업윤리나 철학은 이윤극대화라는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와 실제 기업의 행동 사이의 갭(gap)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경련이 발간한 2016년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기업 255곳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조 9000억 원으로서 매출액 대비 0.19%에 이른다. 이는 가까운 일본의 0.11%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은 그리 좋지 못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7년도에 실시한 기업 호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55.8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52.2점으로 전년도의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으로 약간 완화된 수준이다. 더욱이 기업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부문은 46.5점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규범 및 윤리준수 부문도 44.4점에 그쳐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현실을 놓고 볼 때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사회를 위해 적지 않은 지출과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최순실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일부 기업들의 권력형 비리 연루,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부의 갑질 논란 등으로 인한 기업의 부정적 인식이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실시간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평판이나 이미지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기업 경영진이 검찰에 불려가는 장면이 TV나 인터넷 뉴스를 장식하는데 일반 국민들이 그 기업을 좋게 볼 리가 만무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국가 또는 기업의 윤리의식 수준을 들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6년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53점으로 176개국 중에서 52위 수준에 머물렀고, OECD 회원국 35개국 중 29위로 하위권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세계 6위의 수출대국, 세계 GDP 순위 11위 규모의 국가경제 규모에 비추어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윤리경영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이덴바흐(Reidenbach)와 로빈(Robin)은 기업의 윤리적 수준이 무도덕단계, 준법단계, 대응단계, 윤리관 태동단계, 윤리적 선진단계의 5단계별로 발전해 간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윤리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는 있으나 아직 윤리강령이나 행위준칙을 제정하는 단계, 즉 윤리관 태동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윤리적 선진단계로 발돋움 하려면 하루빨리 선진 기업들의 윤리경영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대내외 과시용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기 보다는 최고경영진이 나서서 솔선을 보이고 기업의 문화로 체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실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낮은 기업 호감도와 높은 부패인식지수가 방증하듯, 우리 사회에 반기업정서니 갑질이니 하는 말이 유행어처럼 되어버렸는데, 상당히 자제해야 할 말이다. 이런 말들은 사회를 내편과 네편이라는 이분법으로 가두고 분열과 반목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프랜차이즈 본부든 가맹점이든 모두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경제 주체이고 누구든 존중받아야 한다.
이들 하나하나는 우리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구성원들이고 상대방이 존재해야 자신도 존재하는 공존공생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기업 각자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성실하게, 그리고 윤리적으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란 전제하에서 말이다.
한편, 필자인 윤남수 교수는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부 학부장과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한국유통과학회·한국외식산업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세종사이버대학교 학생처장·평생교육원장·신용보증기금 자금운용성과평가 위원장·중앙대학교 창업대학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경영학 이론과 실제’, ‘벤처비즈니스의 이해와 창업’, ‘벤처기업 창업경영실무’가 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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