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격 구속된 가운데 그가 공식적으로 형사처분 받은 전과가 총 11회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전과 경력을 적극 부정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검찰이 제시한 혐의 가운데 일부라도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전과는 12회로 늘게 되고, 혐의가 추가될 경우 전과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검찰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재판부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전력’ 란에는 이 전 대통령을 가리켜 ‘지난 1996년 10월 같은 법원에서 선거법 위반과 범인도피죄로 400만원 벌금형을 받은 것을 비롯해 총 11회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적시됐다. 이 전 대통령의 전과 횟수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피의자의 전과를 기재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 다만 피의자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누적된 범죄전력을 재판부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기재하기도 한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의 전과가 다수라는 소문은 이곳저곳에서 일찌감치 돌았다. 지난 2007년 대선 때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 전 대통령이 전과 14범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서류를 떼도 전과 14범이 나올 수 없는데 그런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답답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의 대선 홍보물에 ‘전과경력 없음’이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이를 신고토록 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홍보물 배포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11회의 형사처벌 가운데 세간에 알려진 것은 1964년 소요죄, 1972년 건축법 위반, 1988년 현대건설(000720) 노조설립 방해공작, 1996년 선거법 위반 및 범인도피죄 등이다. 1964년 소요죄의 경우 이 대통령이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 시절 6·3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내란 및 소요 혐의로 기소돼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을 복역했다. 또 현대건설 상무로 재직하던 1972년에는 서울 용산동 매머드빌딩 부지에 중기공장차고 7동을 무허가로 건축해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공개 수배됐다 구속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인생에서 구속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다.
1988년에는 현대건설 회장 직위로 노조 설립 방해 공작을 펴 약식 기소됐다. 1996년에는 서울 종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지만 선거 과정에서 법으로 정해진 비용을 초과 지출한 것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폭로한 비서관 김모씨에게 1만8,000달러를 건네 해외로 도피하도록 해 벌금형을 받았다. 알려진 것만 따져도 학생, 기업인, 국회의원 등 인생의 각 단계마다 전과를 쌓은 셈이다. 형사처분 대부분은 대통령 출마 전에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과의 사전적 의미는 ‘전에 죄를 범해 재판에서 확정된 형벌의 전력’이다. 여러 혐의가 병합돼 판결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전과 11회가 죄를 11번 저질렀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재판에서 형사처분 받은 횟수만 11회라는 것이지, 유죄를 받은 혐의는 최소 11개이거나 그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나머지 전과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죄를 얼마나 많이 저질렀고, 이에 따라 어떤 형사처분을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검찰이 이번에 특가법상 뇌물죄·횡령죄·국고손실죄·조세포탈죄, 직권남용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죄 명목으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중 일부라도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될 경우 전과는 12회로 늘게 된다. 죄명은 6개지만 형사처분은 하나의 판결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아직도 잔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존 혐의에 대한 형이 확정된 상태에서 추가 기소가 들어오면 전과 횟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러 혐의로 여러 번 기소되더라도 상급심에서 합쳐질 수도 있어 전과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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