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1977년생이다. 같은 해 네덜란드 총선에서 좌파 제1당으로 도약한 녹색당의 예서 클라버르 대표는 1986년생이다. 역시 같은 해 뉴질랜드에서는 녹색당의 클로에 스워브릭이 뉴질랜드 역사상 최연소인 23세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국회의원 명단에서 1970년대생은 고사하고 1960년대 후반 태생도 찾기 힘든 한국 상황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물론 한국 정치가 항상 ‘어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5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만 25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40대 기수론을 외쳤다. 하지만 60년 전과 비교해 현재 정당의 청년참여 기회와 문호가 넓어진 점을 생각하면 2030세대 정치인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17대 국회에서 23명에 달했던 2030세대 의원은 18대 7명, 19대 9명으로 급감했다. 현재 20대는 2명에 불과하다. 기초의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초의원 전체 출마자 중 청년(25세 이상 40세 미만) 비율은 4회 9.8%에서 5회 6.4%, 6회 6.0%로 계속 줄고 있다.
“돈·조직 없는 일반인, 생업과 ‘SNS 정치’ 병행
직접참여 통해 청년들 대변할것” 출사표 릴레이
먹고사는 문제·IT발전 더해져 젊은층 참여 확대
한국정치학회 회장인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치가 문제 해결의 창구가 되기보다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는 정서가 수십년간 쌓였다”며 “청년들 사이에서 정치는 나와 다른 직업적인 정치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교수는 “기존 정당이 자신들을 대변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직접행동에 나섰던 청년들이 이제는 단계적으로 직접 정치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촛불집회의 경험이 2030세대에게 직접행동에 대한 자신감과 실천력을 길러줬다”며 “특히 기성세대보다 능숙하게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다루며 온오프 양쪽에서 자발적인 실천을 했으며 스스로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정당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었던 청년들이 SNS를 통해 모여 출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SNS를 통해 지난해 11월 ‘구의원 나갈 사람 모여봅시다’라는 글을 올렸던 김종현(35)씨는 생업이 있기 때문에 선거에 모든 시간을 쏟을 수 없는 한계도 SNS로 해소할 방침이다. 영등포구 의원에 출마한 그는 일정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고 유권자에게 해당 시간에 찾아오라는 식의 선거운동을 구상하고 있다. 김씨는 기존 선거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어깨띠 두르고 확성기 들고 명함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하지 않겠다”며 “돈도 조직도 없는 일반인이 하루아침에 선거에 나간다고 생업을 포기하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쟁 후보자들의 선거비용도 ‘내 돈’이라는 판단이다. “일정 지지율을 확보하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데 그게 모두 세금”이라며 “보전 받을 거라는 기대감에 지방의원선거조차 몇천만원씩 선거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88만원이면 누구나 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88만원에 맞춰 선거운동을 하고 당선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금천구의원에 출마한 곽승희(31)씨는 “최근 SNS에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 건의가 가능하냐는 댓글이 달렸다”며 “자기 자랑 일색인 기존 정치인들의 SNS 사용과는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곽 씨는 “취업과 직장·집안일에 지친 같은 또래가 서로 다독일 수 있는 청년문화공간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곧 선거운동이고 생활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낙선하더라도 지역에서 청년들과 함께 카페 같은 문화공간을 만들어가면서 접점을 넓히고 세대를 위로하는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나 힘든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와 고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자신들의 언어’를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의원에 출마하는 대리운전기사 신정현(37)씨는 지역청년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2015년 고양시 청년 권익 향상을 위한 청년기본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지역운동으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청년기본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장과 시의회의 무관심이 지나치다고 느꼈다. 신씨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직접정치를 통해 지역 청년들을 대변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역시 SNS를 통해 지역 민원과 청년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먹고사는 문제와 정치 혐오, 정보기술(IT) 발전이 청년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며 “선거 때마다 청년할당제와 가산점을 주는 방식의 정당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학과 지역에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는 온오프 모임들이 기존 정당의 청년 공간을 확대하는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며 “SNS를 포함한 IT에 능숙한 청년들의 직접정치 참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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