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노출된 어린이가 기억력 등 뇌 인지기능 발달에 지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르셀로나 글로벌 보건연구소(Barcelona Institute for Global Health)가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학교에 걸어서 통학하는 바르셀로나의 39개 학교 학생 1,234명의 통학 경로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노출량과 작업 기억력·주의 집중력 등 인지능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PM2.5)와 검댕(soot, black carbon)에 많이 노출될수록 어린이들의 작업 기억력이 감퇴한 것이다. 이 두 오염물질의 노출량이 사분범위(IQR: 상위 25%선과 상위 75% 선의 차이. 즉 중간 50%가 얼마나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하는지를 가리키는 척도)만큼 증가하면 또래들보다 작업 기억력이 각각 4.6%, 3.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어린이들이 여자 어린이들보다 이런 영향을 훨씬 민감하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학교로 통학하는 길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2011년부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영어로 ‘숨쉬다’라는 뜻인 ‘브리드’(BREATHE: BRain dEvelopment and Air polluTion ultrafine particles in scHool childrEn)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앞서 브리드 프로젝트 연구팀은 지난 2월 초등학생들이 자라면서 녹지 공간에 많이 노출될수록 뇌 특정 부위의 백질과 회질의 부피가 큰 경향이 있으며, 이런 해부학적 변화는 기억력과 집중력 등 인지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논문을 환경보건 국제학술지 ‘환경 보건 관점’(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실었다. 이 연구는 바르셀로나의 초등학생 253명의 주소와 위성사진을 근거로 어릴 때부터 살아 온 주거 환경의 녹지공간 변화를 추적하고, 뇌 발달을 고해상도 3차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분석해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브리드 연구팀은 작년 8월에는 대기오염물질 중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유럽연합(EU)이 설정한 기준치 미만 농도에서도 어린이들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논문을 내기도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