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EA) 정부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의 지시로 우리에게 제안한 최소 250억달러 규모의 신규 사업들은 사전에 우리 정부에 귀띔조차 하지 않은 ‘깜짝 선물’이었다. 청와대와 정부 고위당국자들마저 이 같은 낭보를 언론에 알리기까지 구체적으로 250억달러의 프로젝트에 어떤 것들이 포함됐는지 일일이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기대 밖의 성과였다.
현지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동 방문 일정에서 ‘잭팟’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양국 간 이익균형점을 절묘하게 파고든 현 정부 특유의 상생 외교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UAE가 절실히 원하는 안보협력상의 신뢰와 기술협력 약속을 하는 대신 모하메드 왕세제로부터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대접과 대규모 경제사업 추진 제안을 받아냈다.
실제로 모하메드 왕세제는 26일 문 대통령을 사저로 초청해 1시간가량 친교행사를 갖던 도중 “신은 우리 두 나라를 만나게 해줬고 동맹에 가까운 친구 사이로 만들어줬다”며 “한국은 UAE라는 이름의 동맹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UAE는 항상 한국 옆에서 한국 편을 들 것”이라며 전폭적인 우의와 신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전일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UAE의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하고 국방과 방위 산업 분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하자 모하메드 왕세제가 활짝 마음을 연 것이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을 예방한 칼둔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등 주요 각료들이 양국 간 석유·가스 분야 협력 확대 제안을 하며 “유전 탐사 개발 프로젝트는 소수 기업만 초청하는데 (모하메드) 왕세제께서 특별히 한국 기업들을 이 소수 기업에 포함시키게 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총합산 규모로) 250억달러 계약들이 가능할 것 같다”고 우리 측에 제안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역설적이게도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양국 간 불화설은 이번 외교 성과로 이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이명박(MB ) 정부 시절 UAE와 맺었던 비밀군사협정에 문제가 있어 문재인 정부가 들춰보고 있다는 등의 소문들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정계에 확산되면서 양국 간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 결국 UAE에서 사업수주를 추진하던 일부 국내 기업들이 청와대에 SOS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자 지난해 12월께 문 대통령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특사로 급파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MB 시절 맺었던 비밀군사협정에 절차상 문제점이 있지만 이를 번복하기보다는 오히려 발전적 관계로 업그레이드시켜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통해) 왕세제 측에게 전달해 안심시켰다”고 설명했다.
당시 청와대 측은 임 실장의 이 같은 특사 파견 목적을 공개하기보다는 현지 파병된 한국 장병을 위로하는 차원의 UAE 방문이었다고 둘러댔는데 이것이 다시 한 번 UAE 측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또 다른 고위소식통은 “임 실장이 국내에서 온갖 의혹의 주인공처럼 매를 맞으면서도 UAE의 입장을 생각해 꾹 참고 특사 방문의 진짜 목적을 공개하지 않자 이후 모하메드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청장이 임 실장에게 ‘당신을 신뢰한다’며 수차례 언급했다”고 귀띔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도 26일 아부다비 사저로 문 대통령을 초청해 환담을 나누던 중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아무리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우리의 관계는 공고할 것”이라며 불화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부다비=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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