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내정자 앞에 놓인 과제들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작금의 금감원은 임직원의 채용비리, 하나금융지주와의 갈등으로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전임 금감원장은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중도하차까지 했다. 사정이 이럴진대 감독한다고 나선들 시장이 이를 믿고 따를 리 없다. 김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부 기강을 바로잡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신임 금감원장 내정에 대해 시장은 “강골 규제론자가 왔다”며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김 내정자가 19대 국회 때 발의한 법안들을 보면 규제로 가득하다.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고 분산·합병 과정에서의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함은 물론 인터넷은행 같은 혁신 사업자 등장을 유도하기 위한 비금융사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확대에도 반대했다. 금융혁신은커녕 오히려 발목만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감원 본연의 임무는 시장을 감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무작정 규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산업이 혁신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는 것 역시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의무에 속한다. 은행의 진입장벽을 낮춰 인터넷은행 같은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간편결제나 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새로 등장한 신기술이 기존 금융 서비스와 융합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금감원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 내정자는 강경 규제론자의 이미지를 벗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내 금융산업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도, 금융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도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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