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나 칠판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님과 이를 수동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학생들, 보편적인 학교의 모습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의 전통적 학교 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학습 소비자가 전통 학교와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을 편의와 목적에 따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학교가 전담하던 기능들을 기업들이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교육 산업의 언번들링(세분화)’ 현상으로 상담은 인공지능(AI)이나 큐레이션 전문 교육기업들이 맡고 강의는 게임러닝 회사가 진행하는 식이다. 학위는 대안학교에서 받고 행정 업무도 온라인 시스템 관리업체가 담당하는 등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 학교 틀 깨지고 경쟁 세분화
오프라인 연계한 ‘플립러닝’도 주목
이 같은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경쟁구도도 더욱 복잡해졌다. 과거가 학교 대 학교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각 서비스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A대학은 강의에서 글로벌 온라인 공개수업(무크)과 경쟁하고 상담은 AI 기반 기관들보다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세분화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는 학교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연구소장은 “전통적 학교의 종말이란 콘텐츠 공급에 급급해 연구 기능을 상실하고 학생들에게 학위를 주는 역할에만 충실한 교실 수업 중심의 현재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술환경을 보다 영리하게 이용해 맞춤형 수업 제공, 다양한 소셜러닝 기법의 활용 등을 통한 보다 효과적인 교육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전통적 학교의 변화 요구에 불을 댕긴 것은 ‘코세라’ ‘에덱스’ ‘유다시티’와 같은 무크(MOOC)의 등장이라고 봤다.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인터넷 연결이 돼 있고 스마트폰이나 패드 같은 기기만 있으면 하버드나 스탠퍼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됐다. 실제 많은 전문가는 무크의 등장이 교육을 가장 크게 변화시킬 도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원 주관으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케이무크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처음 선보였고 지난해 말 현재 70개 대학이 참여해 324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회원 가입자는 첫해 3만5,000명에서 2017년 22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강신청 건수도 5만6,000건에서 44만5,000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강좌 수를 5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무크와 오프라인 수업이 연계된 ‘플립러닝’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거꾸로 교실이라 불리는 플립러닝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집에서 심화학습을 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집에서 무크 등으로 수업을 듣고 교실에서는 교사·학생들과 함께 심화학습을 하는 방식이다. 2014년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교사 중 78%가 이러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학을 중심으로 플립러닝 수업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KAIST는 ‘에듀케이션 4.0’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학생 참여와 상호작용을 강화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KAIST 측은 “에듀케이션 4.0을 통해 자기 주도 온라인 학습 플랫폼과 상호작용이 강화된 협력학습을 통해 학습자가 스스로 지식을 창조해나간다”고 강조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