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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우주쓰레기





1996년 7월24일 프랑스 인공위성 통제센터가 갑자기 바빠졌다. 10년 전 쏘아 올린 정찰위성 ‘서리즈(Cerise)’의 자세가 갑자기 불안정해졌기 때문. 위기대응반이 모여 위성을 원격 분석했지만 다른 시스템에는 이상이 없었다. 남은 것은 자세를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안테나가 우주를 떠도는 그 무언가와 충돌해 파손됐을 가능성. 즉시 조사가 이뤄졌고 위성을 위험에 빠뜨린 존재가 1986년 폭발한 아리안(Arian)호의 추진로켓 잔해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우주 쓰레기가 인공위성과 충돌한 첫 우주 사고는 이렇게 나타났다.

우주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우주인이 버린 물건들, 미연소 연료 폭발로 위성체에서 떨어져 나간 부품들, 위성요격시스템 실험에 의한 파편 등이 모두 쓰레기로 남는다. 이 중 10㎝ 이상인 것은 2만9,000개, 1㎝ 이상은 67만개에 달하고 1㎜ 이하의 작은 파편까지 포함하면 1억7,000만개나 된다는 게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작아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시속 5만㎞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속도의 파편들은 10㎝ 이상이면 인공위성을 순식간에 파괴하고 1㎜ 크기 역시 시스템에 상당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2009년 미국의 ‘이리듐(Iridium)’ 상업용 위성의 파괴를 가져온 것은 러시아의 첩보위성의 파편이었고 2011년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의 화물칸 문에 구멍을 낸 것도 우주를 떠돌던 쓰레기로 알려져 있다. 지상이라고 우주 쓰레기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1997년 미국 오클라호마에 살던 한 여성이 미국 공군에서 발사한 로켓 ‘델타(Delta)Ⅱ’ 로켓 추진체 탱크 파편에 어깨를 맞는 일도 벌어졌다.

우주 쓰레기가 또 지상으로 떨어졌다. 2011년 9월 중국에서 발사한 후 수명을 다한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남태평양 중부에 추락했다.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파편 대부분이 타버렸고 낙하지점도 바다 한가운데였기에 별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주 지역 추락을 우려하던 지구촌 주민들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시인 윤동주가 반짝이는 별을 헤아렸을 하늘을 우주 쓰레기에 대한 불안으로 올려다봐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바뀐 게 없다./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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