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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 비대해진 청와대, 장관이 안보인다

靑참모 정책·인사권 '쥐락펴락'

남북회담·개헌·수사권조정 등

굵직한 현안 부처 존재감 없고

교육·쓰레기 등은 혼란만 키워

높은 지지율 함정에 '만기靑람'

대통령 직속委까지 우후죽순

부처와 역할 혼선 우려도

서정명 정치부장 vicsjm@sedaily.com





바람을 가르며 동분서주해야 할 정부 부처 장관들이 국민 시야에서 사라졌다. 청와대 참모들이 정책 주도권을 틀어쥐면서 행동반경은 좁아졌다. 정권창출 공신 정치인을 앞세운 잇따른 낙하산 인선으로 고유권한인 인사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만기친람하면서 비대해진 탓이다.

우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안 보인다. 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드러나지 않는다. 그 자리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직원들이 고스란히 대체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보기 힘들다. 개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굵직한 현안을 주도해야 하지만 존재감이 없다. 검찰 패싱 논란이 불거지자 문무일 검찰총장과 회동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극(笑劇)이다. 대신 조국 민정수석이 클로즈업된다. 조 수석은 헌법개정안을 직접 발표하면서 “청와대 참모들의 책무”라고 갈무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나 정부 부처가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이번 청와대는 내부결속이 참으로 끈끈하다”며 “대선을 연달아 두 번이나 치르면서 지향점을 공유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목소리에 ‘늘공’은 섞이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언덕에서 굴러내리는 눈뭉치처럼 청와대의 덩치는 점점 커지는 반면 장관과 실무진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왜소해지고 있는, 관료들의 ‘일그러진’ 현실을 빗댄 자조다. 머리는 커지고 몸통은 야위어가면서 비대칭 ‘가분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무기력해진 부처 장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시민단체 출신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최악의 미세먼지와 재활용쓰레기 대란에 전혀 존재감이 없었고 환경대란의 구경꾼이었다”고 꼬집었다. 혼란스러운 교육정책을 내놓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4일 “취임 1년도 안 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정말 오락가락한다”며 “학부모들의 극심한 불만이 산적해 있다. 교육부 장관을 당장 해임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함정에 빠져든 것은 아닐까.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은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이다. 대선 공약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 실무진 사이에서는 “청와대가 너무 많은 것을 쥐고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는 푸념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이 A부터 Z까지 모두 챙기려는 데 대한 불만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100대 국정과제를 관리하는 정책기획위원회를 비롯해 일자리위원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10개가 넘는다. 위원회와 정부 부처 간 역할이 중복되거나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빈번하게 발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실세 위원회가 부처 고유업무까지 간섭하면서 옥상옥 권력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지금은 청와대에 쏠린 권한을 총리와 장관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며 “집권 2년차부터는 장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낮은’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1년 동안의 정책수립과 인사실태를 들여다보면 ‘높은’ 청와대다. 청와대는 야4당이 이구동성으로 권력 내려놓기를 주장하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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