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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부산하면 해운대·광안리? 초록빛 오륙도·대나무숲도 장관이네

■ 부산의 봄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찾은 여행객이 바다를 끼고 산책을 즐기고 있다.




완연한 봄이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지고 볼품없이 앙상했던 나무들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다. 그러나 인생도 계절도 찬란한 봄날의 환희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쓰린 고통을 이겨내면 봄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오겠지만 흘러가는 계절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우리네 인생의 숙명이다. 이 짧은 환희가 끝나기 전,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는 남쪽 나라 부산에서 봄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오륙도 해맞이공원

바다·자연 어우러져

멋스러운 ‘인증샷’ 연출

바다 위 ‘스카이워크’도 짜릿



부산역에 내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오륙도 해맞이공원. 오륙도는 부산 남구 용호동 앞바다에 있는 바위섬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방패섬·솔섬·수리섬·송곳섬·굴섬·등대섬을 한데 묶어 일컫는다. 방패섬과 솔섬의 아랫부분이 거의 붙어 있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5개의 섬으로도, 6개의 섬으로도 보인다는 속뜻을 품은 오륙도는 약 8,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 격렬한 화산활동의 흔적으로 만들어졌다. 표지판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자 이내 붉은 빛깔이 감도는 목재로 만든 산책로와 벤치·연못 등으로 조성된 쉼터가 나왔다. 4월 중순이면 만개한 유채꽃으로 노란 물결을 이루는 곳이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바라본 오륙도 전경.


오르막으로 된 산책로를 조금 걷다가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시원하게 펼쳐진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빛 바다와 사이 좋게 모인 섬들, 초록의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어디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멋스러운 ‘인증샷’을 건질 수 있었다. 입구에서 본 표지판을 따라 다시 내려간 뒤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나온다. 지난 2013년 조성된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약 15m 길이에 유리판 24개를 바닥에 깔아 만들었다. 유리 보호를 위해 덧신을 신고 들어서자 넘실거리는 파도 위를 걷는 듯 아찔하고 짜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가슴은 시원한 바람에 뻥 뚫리고 몸은 청량한 바닷물로 씻은 듯 상쾌했다. 해맞이공원은 따로 개장·폐장 시간이 없지만 스카이워크는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트레킹하고 싶다면 해맞이공원에서 4㎞ 정도 떨어진 이기대(二妓臺) 해안산책로를 추천한다.

●400년된 기장군 ‘아홉산숲’



금강송·맹종죽 등 우뚝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 뒷산에 자리 잡은 아홉산숲도 이 계절에 둘러보면 딱 좋을 명소다. 남평 문씨 일가가 9대에 걸쳐 무려 400년 동안 관리해온 이 숲은 규모도 상당해 천천히 걸으며 구석구석 감상하려면 한 시간 반 정도는 족히 필요하다.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목련 나무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는 뜻을 지닌 한옥 ‘관미헌(觀薇軒)’이 나온다. 과거에는 산주(山主) 일가가 살다가 지금은 아홉산숲의 직원들 일부가 거주하는 이 한옥의 마당에는 1925년 처음 싹을 틔웠다는 은행나무가 당당히 서 있다.

아홉산숲 입구에 활짝 피어 있는 목련 나무.


아홉산숲을 찾은 방문객이 대나무숲을 올려다 보고 있다.


안내지도를 손에 들고 흙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한 걸음씩 옮기자 곧 금강소나무숲이 보였다. 수령 400년의 소나무가 사시사철 푸르게 보존된 이곳은 영남 일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소나무 군락이라고 한다. 특히 압도적인 장관을 뽐내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맹종죽숲이었다. 초록빛을 머금은 대나무들이 하늘로 기세 좋게 뻗어 있었고 봄바람에 흔들리고 부딪히며 나는 나뭇가지 소리는 숨 가쁜 일상에서 벗어나 차분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줬다. 장대한 풍경을 간직한 장소답게 ‘군도-민란의 시대’와 ‘협녀-칼의 기억’ ‘대호’ ‘옥중화’ 등 무수한 영화와 드라마의 명장면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진달래군락·편백나무숲 등 둘러볼 곳은 차고 넘친다. 이용 시간은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성인·소인 구분 없이 1인 5,000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부산역 인근의 ‘초량 원조 불백’.


숲길과 공원을 걸으며 봄의 정취를 만끽했으니 이제는 허기를 채워줄 맛집으로 가볼 차례다. 부산에는 양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맛집들이 수두룩하지만 오늘은 부산역 인근에 있어 여행객 누구나 손쉽게 갈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초량 원조 불백’은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맛집이다. 초량동의 ‘불백 특화 거리’에 자리 잡고 있지만 원조라는 이름 그대로 가장 먼저 빨간 양념으로 불고기를 구워 손님을 대접한 이 식당의 명성은 다른 어느 곳도 따라가지 못한다. 불백정식을 주문하면 불판에 가득 담긴 돼지 불고기와 상추쌈·된장국이 차례로 나온다. 육질은 부드럽고 양념 맛은 매콤하면서도 고소하다. 돼지찌개와 어묵정식 등의 메뉴도 준비돼 있다.
/글·사진(부산)=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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